(서울=연합뉴스) 장사하는 사람들은 늘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금 경기가 좋다'거나, '기업 경영할만하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 등이 내놓은 기업 관련 보고서는 요즘 나오는 기업들의 한탄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누어 계산한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5.9였다. 전년 6.3보다 하락했다. 대기업은 7.5, 중소기업은 2.5로, 중소기업이 훨씬 취약하다. 이 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것인데, 이 기업 비중이 32.1%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년째 배율이 1에 못 미친 기업은 14.1%였는데 전년 대비 0.4% 포인트 늘었다. 열심히 경영해서 이자감당도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다면 누가 봐도 '한계기업'이다. 이런 절박한 기업들이 늘고 있으니 기업 사정이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 경우는 어떨까. 한은은 매출이 3% 감소하고, 주력 수출업종은 6% 감소할 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더니 이자보상배율은 5.1이 될 것으로 나왔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37.5%로 뛴다. 한·중 무역 전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니 이 정도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집값이 급락하게 되면 깡통주택 들이 급증하면서 집주인들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2.0%와 3.3%씩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할 경우를 조사했더니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왔다. BIS 비율 규제 기준치는 10.5∼11.5%다. 금융기관들이 위험한 수준까지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여력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전반적인 수치로, 일부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는 취약한 곳이 생길 수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심하게 집값 하락을 유도하면 일부 금융기관의 파산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정책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빠질 수 있다. 시장 흐름을 잘 읽고 면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정책도 필요하다. 2018년 전체 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4.2%로 전년 9.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업들이 장사가 잘 안돼 위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해외투자는 활발하다.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44.9% 늘어 1981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였다.
기업은 존재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인 만큼 늘 일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국내에서 먹거리를 못 찾으면 해외로 나간다. 기업들에 국내 일자리를 위해 남으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정부 당국으로서는 국내 일자리 창출이 먼저겠지만 기업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기업들을 우리 땅에 잡아놓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려면 여기서 기업활동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비롯한 여러 친기업 정책으로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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