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1박 2일 방북 일정에 들어갔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으로는 14년 만인 데다가 첫 '국빈방문' 형식을 갖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 주석 공항 영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고위층이 대거 참석했고 도로에 25만명이 도열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예우로 밀착 관계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인내심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안보와 경제에서 북한을 돕겠다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북·중 모두 대미 협상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지렛대로 삼는 상황에서 북한은 대화 의지를, 중국은 북한 지원과 비핵화 협상 적극 개입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일괄 타결식 빅딜을 선호하고 북한은 단계적·동시행동 원칙을 견지해 접점이 찾아지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이 중국의 지지와 경제 지원을 뒷배로 미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화웨이 사태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데 시 주석의 방북 카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사태 등 민감한 현안이 있음에도 평양을 찾은 것은 북·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중 밀착이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중국이 6·25 전쟁 정전협정 당사국으로 여전히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는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방북을 두고 한반도 문제 해결 구도가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회 토론회에서 시 주석의 노동신문 기고문을 언급하며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중국이 4분의 1 지분을 가진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미국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과감하고 능동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북미 사이에서 보여온 그간의 대응 방식으로는 향후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입지와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우리 정부가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운신의 폭이 좁아질수록 중국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이유다.
물론 시 주석 방북 이후 열리는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한중, 한미 등의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돼 시 주석이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거나 치른 뒤인 주요 고비 때마다 중국으로 건너간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언급대로 지난 4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김 위원장의 진전된 메시지를 받아 다음 주 이어질 정상회담에서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대북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며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기구를 통해 취약계층용 현금 800만 달러에 이어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보내기로 하는 등 성의를 보이며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대화 의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추동할 새로운 모멘텀이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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