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하와이에서 원주민의 반발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마우나 케아산의 대형 천체망원경 건립 공사가 정부의 공식 발표로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지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30미터 망원경'(Thirty Meter Telescope·TMT) 프로젝트에 대한 공사 착수지시서(NTP)를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게 지사는 "TMT 공사가 이번 여름 중 다시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하와이와 하와이 주민들, 하와이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 마우나 케아산의 '집사'"라며 "당국은 이 특별한 산의 고유한 문화적, 자연적 유산을 지키고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도 말했다.
마우나 케아산을 성지로 여기는 하와이 원주민들은 지난 수년간 TMT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각종 분쟁을 벌여왔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공사를 막고 나섰고, 이후 시위대 31명이 공사 방해로 체포되면서 이듬해 4월 공사는 중단됐다. 공사는 몇달 뒤 다시 시작됐지만, 이후 더욱 거세진 시위에 부딪혀 또다시 중단됐다.
이에 하와이주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건설 허가를 승인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당국은 이날 오전 본격적인 착공에 앞서 마우나 케아산 부지에 하와이 원주민들이 세운 무허가 건축물 4개를 철거했다고도 발표했다.
하와이 원주민 운동가 케알로하 피시오타는 당국의 일방적인 철거 결정이 명백한 차별이자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했다.
피시오타는 "(건축물은) 숭배의 공간이자 제물을 올리고, 기도하는 곳"이라면서 "만약 누군가 교회에서 십자가를 치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피시오타는 또 경찰이 기도하러 가겠다는 원주민들의 케아산 출입을 막고, 과학자들만 산으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케아산 정상에서 '하지 전야제'가 열릴 오늘도 경찰은 원주민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TMT는 하와이 당국으로부터 건설 승인을 받아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하와이의 마우나 케아산 정상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주경의 지름이 98피트(30m)에 달하는 이 망원경은 130억년 떨어진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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