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해공장 확장으로 결론이 났던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가 국무총리실에서 재검증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산ㆍ울산ㆍ경남 지방단체장들은 20일 국토부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재검증하고,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확정한 김해신공항 방침을 고수해온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접고 부·울·경 시도지사들이 주장해온 '총리실 재검증'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면 국가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사업 자체도 늦어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소모적인 갈등이나 혼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 검토를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국토균형 발전과 남부권 항공수요 증가에 대처하자는 취지였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압축됐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두 곳 모두 후보지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건설 자체가 백지화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는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세계적 공항입지 컨설팅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 밀양이나 가덕도에 새로 공항을 짓는 것보다는 경제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국토부는 ADPi 용역은 물론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 전반을 주도했다.
정부가 확정한 사업이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전제가 있다. 추진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하자가 발견돼 강행하면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객관적 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과정의 불투명이나 하자가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전문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울·경 자체 검증단의 의견을 등에 업은 이 지역 시도지사들의 압박에 국토부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공은 총리실로 넘어갔다. 재검증을 위한 검토 시기와 방법 등 세부사항은 국무총리실 주재로 국토부와 부·울·경이 논의해서 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원점 재검토에 합의한 만큼 부·울·경 검증단의 주장과 국토부 용역 결과를 제대로 검증하길 바란다. 부·울·경이나 국토부가 모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부·울·경은 과거 정부에서 대구ㆍ경북과 합의해 마련한 합의안을 집권당의 힘을 빌려 뒤집은 꼴이고, 국토부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검증을 기대할 뿐이다. 국민들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소모적 지역갈등을 잘 알고 있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두 번은 욕먹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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