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신중히 검토…세운지구 보전·정비구역 재조정"
"시의회와 소통 한층 강화할 것…지지율보다 민생 직시"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선 7기 1년을 맞아 "시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혁신"이라며 남은 임기 내실을 다지며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내실 있는 변화"라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 민생을 살리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 3선 임기 첫해이자 민선 7기 1년을 돌아본 소회는.
▲ 취임 이후 지난 8년간 서울의 중심축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개발과 토건에서 사람으로 이동했다. 시민의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지금은 민생, 경제 그리고 평화라는 큰 과제가 목전에 있다. 민선 5기는 자갈을 골라 밭을 다지고 6기는 혁신의 씨앗을 뿌렸다면 7기는 구체적 결실을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다.
-- 지난 1년간 이른바 '여의도 통개발' 발언 후폭풍을 비롯해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세운지구 정비사업 재검토, 행안부와 새 광화문 광장 설계안 충돌 등으로 서울시가 떠들썩했다. 3선 시장이지만 눈에 확 띄는 성과가 드물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정치인에겐 한 방이 중요하다', '눈에 띄는 사업으로 박원순 브랜드를 만들라'는 조언을 8년 내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 필요한 건 한 두 개의 하드웨어 사업이 아니라 내실 있는 변화다. 시민의 삶을 바꾸고 도시의 운명을 새로 쓰는 건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혁신이다. 2016년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 2018년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이란 성적표는 다양한 사업이 시민 삶에 촘촘히 스며들어 맺은 결실이다. 시민도 실생활에서 높고 화려한 건물이 아닌 서울이란 도시 자체와 삶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으리라 본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청년수당, 공공주택,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이 그 예다.
--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민생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그간의 민생 경제 성과를 꼽는다면.
▲ 서울시는 그동안 장기안심상가 확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확보, 가맹본부·점주 상생 '소셜프랜차이즈' 육성 등 체감 가능한 민생정책을 펼쳐왔다. '박원순표 자영업자 지원 3종 세트'도 시동에 들어갔다. 제로페이는 더디지만 확실하게 정착 중이다. 출시 6개월 만에 가맹점이 신용카드 가맹점의 30% 수준인 15만개를 돌파했고, 공적자금·휴대전화·편의점까지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하루 결제액이 1월 대비 15배 이상 상승했다. 근로기준법상 유급병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서울형 유급병가'는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사업도 올해 4천명 가입을 목표로 신청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 3종 세트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자영업 단체들과 함께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 삼양동 옥탑방살이 이후 강남·북 균형 발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향후 추진 계획은.
▲ 강남·북 균형발전은 1970년대 강남 집중개발 이후 누적된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꾸준히 소통하며 정책 속도를 조율하고 있다. 균형발전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재정균형발전담당관)을 신설하고, 재정 근거도 마련했다. 앞으로 4년간 1조원 규모 재원(균형발전특별회계)을 조성해 안정적으로 투입하겠다.
--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 지역 주민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에 여전히 거세게 반발한다. 강남의 개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오래된 아파트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구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 전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조율해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와 서울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민생과제다. 강남 재건축은 부동산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부도, 서울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안정화 추이를 보면서 세밀하게 검토해 나가겠다.
-- 을지면옥 철거 논란으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재검토 중인데 진행 상황은.
▲ 세운상가 일대는 서울 고유의 문화, 예술, 전통, 도심 산업이 공존하는 유일무이의 공간이다. 개발 아니면 보존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안 된다. 생활유산, 도심산업, 지역낙후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체적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연말까지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재정비해 을지면옥, 양미옥 등의 노포(오래된 점포)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심제조업 육성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재정비 용역도 발주한 상태다.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구역별 보전 및 정비구역을 재조정하겠다. 해제 구역에는 공공임대상가(공장)를 공급하고, 산업 지원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 대한애국당의 광화문 천막과 관련해 엄연한 불법 행위임에도 서울시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불법으로 광장을 점거하고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자진 철거를 유도하겠지만 불법 점유물 철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한애국당의 행동이 명백한 불법 행위임을 통지하고 영장 발부를 통해 대집행을 할 계획이다.
▲ 역점 정책이었던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조례안이 최근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논의 과정에서 시의회의 예산권 침해와 서울시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는 시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가진 예산편성의 권한 일부를 시민과 나누는 것이지 시가 편성한 예산에 대한 시의회의 심의·의결권은 변함없이 시의회에 있다. 위원회 활동 전 과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시의회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보다 면밀하게 설명하고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 3선 임기의 남은 3년 정책 방향은.
▲ 앞으로 3년 서울시정의 키워드는 시민·경제·미래다. 앞으로도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람특별시'를 이정표로 시민 삶의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하겠다. 문재인 정부와 '원 팀' 파트너십을 발휘해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물론 '함께 사는 문제'의 진정한 해법을 파고들겠다. 각자도생을 넘어 시민 삶의 문제를 공공과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겠다. 대표적인 게 돌봄이다. 보육공공책임제도를 순차적으로 완성해 서울의 아동 누구나 보편적인 공공보육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 2022년에는 서울 영유아 2명 중 1명은 국공립에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동네키움센터'라는 이름의 초등돌봄 거점도 2022년 400개까지 확대하겠다.
-- 3선에 성공하면서 '대권 잠룡'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 조사를 보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나 이낙연 국무총리 등에 밀리는 양상이다.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은.
▲ 바람처럼 흔들리는 지지율이 아닌 힘겹게 휘청거리는 민생을 직시해야 할 때다. 개혁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해 시민 삶과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반환점을 돌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민생을 살리는 데 매진하겠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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