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 11개월 6일 나이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 경신
신유빈 "국가대표로 뽑힌 게 믿어지지 않아…더욱 잘하겠다"
(진천=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아직도 국가대표가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전설' 같은 분들을 넘어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웠다는 것도 몰랐어요. 더욱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탁구에서 남녀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기록인 만 14세 11개월 6일의 나이로 국가대표 꿈을 이룬 신유빈(수원 청명중 3학년)은 21일 아시아선수권대회 파견 대표로 선발된 뒤 자신의 뺨을 꼬집어 보는 제스처를 했다.
대표 선발전을 거쳐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게 현실이 아닌 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유빈은 이번 아시아선수권 선발전에서 여자부 12명의 참가 선수 중 8승 3패를 기록해 양하은(포스코에너지·10승 1패)과 이은혜(대한항공·9승 2패)에 이어 3위에 올라 성적으로 3명을 뽑는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더욱 놀라운 건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에서 '탁구 레전드'들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이다.
종전 최연소 기록 보유자는 문영여중 3학년 때인 만 15세에 국가대표로 뽑힌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었다.
이에리사 전 촌장은 중학교 3학년이던 1969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쟁쟁한 실업 선수들을 꺾고 여자부 단식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전 촌장은 서울여상 1학년부터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구기 사상 최초의 여자단체전 금메달 사냥에 앞장섰다.
중학교 3학년 국가대표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여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했던 양영자 대한체육회 꿈나무 감독과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도 못 했던 일이다.
양영자 감독은 이일여고 1학년 때, 현정화 감독은 계성여상 1학년 때 각각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남자부에서는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내동중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지만 당시는 협회 추천이었고,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은 부산남중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지만 만 15세였다.
신유빈은 일찌감치 '탁구 신동'으로 화제를 모으며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혔다.
다섯 살이던 2009년 SBS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해 탁구 재능을 뽐냈던 신유빈은 군포화산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에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 언니를 4-0으로 완파해 화제를 모았다.
아홉 살이던 2013년 최연소 종별선수권 우승과 작년 최연소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작년 스웨덴 세계선수권(단체전)에는 참관인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또 작년 12월 종합선수권 때 조대성(대광고)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 준우승하며 매운 실력을 보여줬다.
올해 2월 헝가리 세계선수권 대표 파견 선발전에서는 6승 5패를 기록하며 6위로 밀려 3명을 뽑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신유빈은 이번에는 훨씬 향상된 모습을 보이며 실력으로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최효주, 김지호(이상 삼성생명), 양하은 3명에게 졌을 뿐 이은혜와 유은총(미래에셋대우)을 꺾었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김별님(포스코에너지)을 3-0으로 완파했다.
그는 "별님 언니에게는 세계선수권 선발전 때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어 어젯밤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면서 "서브를 넣고 득점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과감한 포핸드 공격으로 선취점을 잡으려고 노력한 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전화로 '대표가 되지 않아도 되니 최선만 다해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겨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면서 "욕심이 생기면 긴장돼 실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기면 어떻게 될까'하는 설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가대표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더욱 성장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신유빈은 7월 2일부터 7일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코리아오픈에 참가한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배울 게 많으니 요령도 터득하고 경험도 쌓을 것 같다"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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