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RM 방문 후 관람객 4배 증가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에 있는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현대 미술의 세계적 거장 이우환 작품을 독립된 공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방탄소년단(BTS) 멤버 RM(남준)이 찾은 후 관람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22일 부산시립미술관에 따르면 BTS 멤버 남준은 지난 15∼16일 부산 팬 미팅 공연을 앞두고 14일 오후 매니저 한 명만 동행한 채 조용히 이우환 공간을 찾았다.
미술관 측에 사전 연락도 없었다.
그의 방문을 뒤늦게 안 수석큐레이터 정종효 학예실장은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처음에는 먼발치에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필요하면 작품 설명에 도움을 드리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통상 이뤄지는 간단한 인사 후 돌아온 답은 "저는 바람시리즈를 좋아합니다"였다.
정 수석큐레이터는 이우환을 비롯해 미술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감성에 놀랐다고 한다.
정 큐레이터는 남준의 방문 후 당시 상황과 느낌을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그는 SNS에서 "이 시대 대중음악의 별 하나를 맞이했다.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품에 심취해 있는 모습에 말조차 걸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모노하(2차 세계대전 이후 범람하는 서구 미술 이미지에 저항했던 일본 작가)를 알고 단색화와 작가들을 알고, 동시대 미술 동향을 알고 있는 그였다"고 적었다.
정 큐레이터는 "왜 세계가 BTS에 열광하는가?"라고 물은 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단순한 음악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했다. BTS의 가사와 곡들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게 됐다"며 RM과 짧은 만남에 대한 느낌을 남겼다.
BTS 남준이 이우환 공간을 다녀간 것이 알려진 후 이곳 관람객은 4배 이상 늘어났다.
미술관 측은 하루 30명에서 50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이 지난 16일 210명에 이르는 등 매일 관람객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문화 미술계에서는 '이우환 공간'을 부산에서 가장 자랑할 수 있는 전시공간 중 하나로 꼽는다.
해외 예술 문화계 인사들은 부산을 방문하면 '이우환 공간'부터 찾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홍보 부족 탓인지 덜 알려져 발길이 뜸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2017년 "거장의 전시실 유치만 해놓고 운영은 엉망"이라며 활성화 방안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우환 공간은 전국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가운데 부산시가 유치에 성공해 2015년 4월 문을 열었다.
공간은 대형 조형물이 놓인 야외전시장과 2층 규모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백의 미'가 가득한 전시장은 건물 설계부터 내부 디자인, 전시 배치, 집기까지 모두 이 작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그래서 미술계에서는 공간 자체가 이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1층에는 조작 작품이, 2층에는 30여 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점시리즈, 선시리즈, 바람시리즈를 비롯해 그의 절정기 회화 작품이 한자리에 있다.
2017년에는 회화 작품 3점(80억원가량 추정)이 추가 전시되면서 볼거리를 한층 더했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BTS 멤버의 방문으로 이우환 공간이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해설안내 횟수를 늘리는 등을 관람 편의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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