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남춘 인천시장 "상하수도 혁신 로드맵 마련하겠다"

입력 2019-06-23 08:05  

[인터뷰] 박남춘 인천시장 "상하수도 혁신 로드맵 마련하겠다"
"'붉은 수돗물' 사태 면목 없어…노후 관로 전면 교체"
"시민 삶 좋아지고 인천 발전 기여하는 남북교류 시책에 중점"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10여대의 전투기 편대장을 하다가 갑자기 몇천명의 승조원을 거느린 항공모함 함장이 겪게 되는 시행착오라고 할까요. 중앙정부와는 또 다른 인천시만의 고유한 구조와 환경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시장이 되면 해결하고 싶은 과제들을 정리해 뒀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있고 해결의 실마리가 안 잡힌 것들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시민과 함께 하는 시정,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 성장동력 인천, 내 삶이 행복한 도시,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 등 5대 시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가 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 탓에 더욱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박 시장 책임론과 함께 위기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후 1년을 맞이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와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
▲ 취임 전부터 '힘 있는 시장'보다는 '시민을 위해 힘쓰는 시장'이 되고 싶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시민에게 더 소탈하게 다가가 시민과 시정 사이 벽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시민 참여 행사는 시민 중심으로 치르게 했다. 시장이 말 많이 하는 지루한 행사 순서도 없앴다. 업무보고나 지역 방문도 시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나 맞춤형 간담회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공직자도 시민도 낯설게 느꼈다. 1년이 지나고 나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 풍토 변화가 공직자의 자발적인 책임 의식과 시민의 참여의식을 높여 시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면 지방정부로 대변되는 지방분권 시대를 선도해 나갈 여러 자원이 아직도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물적인 토대뿐만 아니라 인적토대, 경험과 노하우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여러 제약을 받는 것도 있고, 반대로 서울과 가깝다 보니 서울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현상은 아쉬운 점이라고 볼 수 있다.
-- '붉은 수돗물' 사태를 다루는 인천시 대응이 시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부실 대응과 안일한 대처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은.
▲ 먼저 시민과 피해 지역 주민에게 사과부터 드리고 싶다. 시민 안전과 보건복지 분야를 중시하는 민선 7기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더 면목이 없다.
편안한 처지에 있을 때도 위험할 때의 일을 미리 생각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누누이 강조하고 관련 예산도 편성해왔지만 갈 길이 멀다. 다양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세부적인 대응 매뉴얼이 미비한 현실에 한숨만 나왔다. 공직사회가 아직도 무사안일에 빠져 복지부동하는 관행을 다 버리지 못했다.
인천시 공직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다지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상하수도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 특히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상하수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잘 갖추도록 하겠다. 노후 관로 교체나 배관 정화 등을 도시기반 투자 사업의 우선순위에 놓고 지속해서 시행해 나가겠다. 상수도사업본부에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담당자들의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하겠다.



-- 2025년 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대체매립지 조성이 시급한데, 인천시는 정부 주도로 공모 유치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수천억 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져도 쓰레기를 받겠다고 나설 지자체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체매립지 현안 해결을 위한 전략은.
▲ 지역 주민이 수긍할만한 지원과 인센티브가 제시된다면 유치를 원하는 지역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인천시뿐만 아니라 2천5백만 수도권 인구 전체의 문제고, 매립지와 폐기물 정책이라는 차원에서는 전 국민의 시급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매립지 문제 해결에 나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국민들도 정부의 쓰레기 정책에 공감하고 동참할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참여했던 2015년 '매립지 4자 협의체' 합의 자체가 문제도 많고 미비한 게 많은데, 환경부도 4자 합의의 참여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안 마련에 나서줄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최근 폐기물처리 선진기법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는데 지역사회의 수용성 문제와 부지확보의 어려움으로 육상 대체매립지 조성이 어렵다면, 우리도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해양(해저) 매립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 '서해평화협력 시대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 인천 조성'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훈풍을 타던 남북관계가 하노이 회담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데 인천시 차원의 대북 교류사업 추진 방향에도 변화가 있는 것인지.
▲ 민선 7기의 서해평화협력 정책은 가장 큰 전제가 '시민들의 삶이 좋아지고, 인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깨면서까지 무리하게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
지난 1년간 인천에서 추진된 평화 사업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다.
서해5도 어장이 확대되고 조업 시간이 연장됐다. 해안 철책을 단계적으로 철거해 시민에게 바다를 돌려드리고 있다. 영종∼강화 평화도로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도로 건설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울릉도 발전을 위해 공항을 건설하기로 한 것처럼 현재 추진 중인 백령공항도 서해5도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다. 현 정세에 맞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인천시민의 삶을 증진하는 것이 바로 '인천의 평화'다.
개성공단 재개와 새로운 경협 사업 발굴 등을 통한 경제협력 강화, 강화∼개성을 축으로 하는 고려역사문화 벨트 관광사업 활성화, 남포·해주 등 북한의 서해안 도시를 아우르는 환황해권 지방 도시 협력체 구성 등 향후 대북교류 사업의 추진 방향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민선 7기 원도심 균형발전 방안이 작년 10월과 올해 4월 잇따라 발표됐다. 현 단계에서 집중하는 원도심 활성화 대책은 무엇인지, 아울러 원도심 균형발전 방안이 계획된 일정대로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지.
▲ 도시 균형발전이 단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듯 원도심 재생도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하나가 되었든 두 개가 되었든 인천만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런 성공사례를 통해 도시재생과 지역 상생발전 사업을 도시 전역으로 파급시켜 가려고 한다. 현재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균형발전 사업으로는 내항 재생 프로젝트, 군부대 이전 부지 재생, 장기 미집행 시설 공원 조성, 관광인프라 확충을 이용한 섬 지역 정주 여건 강화 등이 있다. '인천형 더불어마을 사업'처럼 마을 단위 소규모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유럽 출장을 통해 도시재생과 지역 상생발전 과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소통과 협치를 통해 방향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취임 2년 차를 맞아 가장 주력하려는 현안은.
▲ 민선 7기 1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천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돗물 사태로 10월로 연기했는데 지난 1년간은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바탕을 잘 닦아 놨으니 10월쯤엔 중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시민들에게 보여드리려 한다.
가장 핵심은 '지속가능한 산업 성장 기반 조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인데, 대표적인 육성 분야가 바이오-헬스 산업이다. 마침 지난달 셀트리온 그룹이 '그룹 비전 2030'을 발표하며 40조원 투자계획 중 인천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전략을 다른 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예정으로 특히 지표·지수를 통한 과학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집중할 계획이다.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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