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업영화 주연…"매번 새롭게 연기하려 노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영화 속 두 인물이 동전의 양면 같은 모습이죠."
배우 유재명(46)이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비스트'에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을 은폐하고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형사, 그와 대립하는 또 다른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유재명은 한 축을 담당한다. 그가 연기한 민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재명은 "민태를 현실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의 답변 중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메모했다. 질문을 받으면 한번 곱씹은 뒤 대답했다.
민태는 경찰서 강력반 이인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검거하는 한수(이성민)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유재명은 "민태가 한수를 견제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태는 한수를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민태라는 인물을 역추적했어요. 왜 민태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를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물의 행위의 정당성을 생각하기보다 그의 행위를 잘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어요."
유재명은 민태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독단적이고 뭔가 꼬여있는 사람이죠. 항상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한수와 민태는 닮았지만, 또 닮지 않은 듯합니다. 둘의 애증 관계는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그것을 모두 설명하기보다는 현재를 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집중했죠."
한수와 민태가 영화를 끌고 가는 만큼, 이성민과 좋은 연기 호흡이 필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성민 선배의 팬이었어요. 영화에서는 저보다 먼저 멋지게 걸어가고 계신 분이시죠. 그런 경험이 있으시니까 제 눈높이를 맞춰주셔서 저는 정말 편했어요. 오로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비스트'는 두 인물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이해하기 쉽지 않고, 어둡다.
"영화가 참 쉽지 않아요. 많은 관객에게 궁금증을 던져주는 작품이죠. 친절하지도 않고요. 전 성격이 느긋해서, 작품을 하고 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인데 이번엔 쉽지 않았어요. 촬영 기간 내내,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창작가로서 갖는 고통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공유했죠."
스무살 때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한 유재명은 20여년 동안 부산에서 활동하다 마흔이 다 돼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대중이 그를 더 주목하게 된 것은 드라마 '비밀의 숲'(2017)을 통해서다.
유재명은 "'비스트'의 이정호 감독이 민태 역할에 나를 원했던 것도 '비밀의 숲'을 보고 나서인 것 같다. 그 드라마에서 이창준을 보면서 민태가 연상되지 않았나 싶다"며 "'비밀의 숲'을 했던 것은 참 운이 좋았다.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돌아봤다.
연기를 20년 넘게 해왔지만, 유재명의 연기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기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계와 다르게 사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을 통해 하루, 한 달, 1년이 지나갑니다. 12월 31일이 돼서 다음 해가 되면 사실상 차이가 없어도 '새롭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처럼 연기하는 거죠. 관성으로 연기하는 순간 예민하고 적확한 연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문을 외웁니다."
유재명은 지난해 띠동갑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다음 달 늦깎이 아빠가 된다.
그는 "참 감사한 일이다. 부끄럽기도 해서 말을 잘 못 하겠다"며 웃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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