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학점·토익 800점으로 대기업 최종합격…그게 내 아들"
與 의원들 "보편성에서 확실히 다르다" 비판
정의당 "청년 약올리기…부정채용 의심할 수밖에" 논평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대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부족한 스펙으로도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전날 서울 숙명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며 취업에 성공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황 대표는 "내가 아는 청년이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며 "졸업해서 회사 원서를 15군데 냈는데 열 군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서류를 통과한 나머지 다섯 군데는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합격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친구가 고등학교 다니면서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했다. 그다음에 동생과 인터넷으로 장애 학생과 장애 없는 학생들이 친구 맺게 하는 것을 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고 그랬다. 축구를 좋아해서 대학 때 조기축구회를 만들어서 리더가 됐다"고 추켜세웠다.
황 대표는 "입사 면접시험을 볼 때 스펙이 영어는 (토익 점수가) 800점 정도로 낮지만 이런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합격했다는 것이다"라며 "면접, 심층심사를 해보니 되더라는 것이다.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며 웃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 앞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황 대표의 아들 취업 발언을 꼬집었다.
박범계 의원은 트위터에 황 대표 발언 관련 기사를 올리고 "확실히 다르다. 보편성이랄까 이런 면에서"라고 적었다.
김상희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학생들이 황 대표 아들처럼 하면 대기업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공감하시나요?"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황 대표 아들의 부정채용 의혹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올해 3월 KT 새노조는 황교안 대표 아들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황교안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부정채용 의혹과는 별도로 황 대표의 인식 체계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KT 새노조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며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황 대표는 "말도 안 된다. 우리 애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들어갔고 아무 문제 없다. 비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