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으로 직접 밝혀…3곳 타격·예상 사망자 규모까지 밝히며 대이란 압박
NYT "사상규모 보고 늦은 이유 불분명…폼페이오 '제재 강조'로 취소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실행 10분 전에 중단시켰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타격 지점은 세 군데였으며 150명의 사망자가 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공격 실행을 중단시킨 것처럼 말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보복 타격을 직전에 철회했음을 부각해 대이란 압박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리는 어젯밤 세 곳에 보복하려고 했고 얼마나 많이 죽느냐고 물으니 '150명입니다'라는 게 장군의 대답이었다"면서 "(미군) 무인기 격추에 비례하지 않아서 공격 10분 전에 내가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 군은 재건됐고 최신이며 진군할 준비가 돼 있고 세계 최강"이라면서 "제재가 (이란을) 물어뜯고 있고 더 많은 제재가 어젯밤 추가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해서도, 전 세계를 겨냥해서도!"라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를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을 통해 자칫하면 전날 미국의 대이란 보복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군사 충돌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보복 타격으로 인한 예상 사망자 규모까지 밝힘으로써 공격 실행 취소를 대이란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150명의 사망은 무인기 격추에 비례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라면서 "보통 대통령과 국가안보 당국자들 사이의 초기 논의에서 제공되는 (사상 규모) 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렇게 늦게 얻게 됐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군통수권자로서 공격을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사망자 규모를 공격 취소의 명분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NYT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날 회의에서 정밀폭격과 같은 군사 대응에도 찬성했지만 제재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도 역설했다면서 추가 제재를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미뤄볼 때 공격 취소 결정에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군통수권자로서 자신이 당초 이란에 대한 보복을 지시한 것이라는 사실을 얼버무리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찰국가 역할에 대한 회의감을 표명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지의 주둔 미군 철수 및 감축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통한 개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 속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군사 대응 카드에 기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미국과 이란 간 고조된 긴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을 겨냥한 제한적인 타격을 준비했으나 공격 실행 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는 사실은 NYT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NYT의 보도마다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NYT의 보도를 인정한 셈이다.
NYT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대이란 군사 대응에 찬성한 반면, 국방부 관료들은 이 작전이 걷잡을 수 없는 긴장 고조로 이어져 중동 주둔 미군을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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