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대화' 촉각 속 시진핑이 전할 金메시지에 쏠리는 美 시선

입력 2019-06-22 01:44   수정 2019-06-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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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대화' 촉각 속 시진핑이 전할 金메시지에 쏠리는 美 시선
'새로운 비핵화' 제안으로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질지 주목
미중 무역담판 앞두고 지렛대 키우려는 中에 셈법은 복잡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1박 2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미국측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대화'에 촉각을 세우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 기간 한층 '밀월'을 과시한 북·중 정상이 나눴을 비핵화 관련 논의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선 북미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이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의 시선은 내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계기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입'을 통해 전해질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쏠리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가운데 김 위원장이 이에 호응할 비핵화 새로운 제안을 건넸을지가 관건이어서다.
미·중 정상 간 무역 담판을 목전에 두고 열린 북·중 정상 간의 이번 '작전 타임'에서 북핵 문제 및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입장 정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일단 시 주석의 방북과 방북 기간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무부가 21일 오전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 현재까지는 공식 반응의 전부이다.
이마저도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지기 전에 밝힌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직은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트윗 발신이나 공개적 언급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북·중 간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각적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북·중의 논의 결과 등 의중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분석을 통해 이후 대응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통해 연출된 '북·중 밀착'이 일주일 후 있을 미·중 무역 담판과 복잡한 함수관계로 얽혀있다는 사안의 예민함 때문에 미국으로선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북·중 정상의 발언을 통해 희미하나마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20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며 역할론을 자임한 시 주석은 21일에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통한 안정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회담에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미 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은 없으며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올리브 가지'를 한껏 내민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하노이 핵담판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 폐기와 제재해제' 맞교환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북한은 그동안 올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 미국의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대치 전선을 이어 왔으나 최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며 북미간 '톱다운 대화'의 불씨를 살린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제안'이 미국 측이 '진전'으로 평가할 정도의 수준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을 강조하며 중국 역할론을 자임, 협상 판이 보다 복잡해진 상황이다.
AP통신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핵 협상에 대한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이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 요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화 재개 문턱을 낮추며 '당근'을 제시하긴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 충분한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행동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경우 북미 간 돌파구 마련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8일 재선 출정식으로 미국의 정치시계가 이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란과의 갈등 고조가 당면 외교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 문제가 다소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미중간 무역담판의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미국이 북중간 밀착에 대한 경계감을 쉽사리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과 중국 모두 미국과 각각 겪고 있는 갈등의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북중) 회담 자체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하게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측의 보도와 달리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북중 정상의 발언에는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을 두고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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