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대회에서 5년 만에 컷 통과…메이저 대회 선전
(채스카[미국 미네소타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5년 만에 '우승'도 아니고 5년 만에 '컷 통과'를 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재미교포 강지민(39)이다.
1980년생인 강지민은 2002년부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선수다.
2005년 코닝 클래식과 2010년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 등 두 차례나 LPGA 투어 우승 경력도 있다.
이후 2015년에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우승한 뒤로 강지민의 소식은 듣기 어려웠다.
그러던 그가 22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나와 2라운드까지 7위를 달리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최근 투어에서 거둔 성적이 없는 강지민이 메이저 대회에 나온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LPGA 티칭 앤드 클럽 프로 대회 상위 9명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데 강지민은 여기에 해당해 메이저 대회에 나오는 자격을 획득했다.
티칭 프로나 클럽 프로가 투어 선수들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자격으로 나온 다른 선수들은 모두 컷 탈락했고 강지민만 3라운드에 진출했다.
중간 합계 1언더파인 강지민 다음으로 잘 친 선수의 성적은 10오버파로 무려 11타 차이나 났다.
사실상 '들러리'나 다름없는 자격으로 대회에 나온 선수가 당당히 상위권에 올랐고, 또 그 선수가 LPGA 투어 2승을 거둔 경력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2라운드가 끝나고 강지민은 스코어 카드 접수를 마친 뒤 가장 오랜 시간 인터뷰한 선수가 됐다.
강지민은 2015년 이후 2018년이 돼서야 다시 대회에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는데 알레르기성 천식 진단을 받고 약을 한참 먹었다"며 "그런데 그게 오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때 먹은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고장 났다"고 말했다.
1999년 US 여자 아마추어선수권 준우승, 골프 명문 애리조나주립대 입학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강지민은 치료 등의 이유로 골프를 쉬는 동안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골프와 인연을 새롭게 맺었다.
강지민은 "강의 중에 80페이지 리포트를 내거나 인턴십 프로그램 250시간을 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 있었는데 리포트는 자신이 없어서 인턴십을 시애틀의 한 골프클럽에서 하게 됐다"며 "거기서 조금씩 가르치는 일에 재미를 붙였고 반응도 좋아서 다시 골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다시 기회가 되는대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한 강지민은 이번 대회 3라운드 진출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컷 통과라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지난겨울 박세리(42)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제가 다시 골프를 해야겠다고 하니까 언니가 '할 만큼 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말을 꺼낸 강지민은 "아직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며 특유의 시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만 40세가 코 앞이지만 거리는 전성기 시절보다 많이 줄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번 대회 그의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243야드, 2라운드만 따지면 259야드로 웬만한 선수들에 뒤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은퇴한 적이 없다는 강지민은 "다시 투어 선수 자격도 얻고 싶다"며 "다음 주 대회는 월요 예선부터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몇 년 전 오진으로 고생했을 때도 가족과 친척분들의 도움으로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에 와서 치료를 받았다"고 미네소타와 인연을 소개한 강지민은 그러나 3라운드에서 8타를 잃어 7오버파, 공동 71위로 순위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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