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분량 기록영화 방영…金, 숙소에 미리 기다리다 방까지 안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정성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20∼21일 평양 방문 기간 취침시간을 빼고 밀착 동행하며 최고 수준으로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일 늦은 밤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을 직접 숙소까지 안내하는 등 14년 만에 방북한 중국 최고지도자의 옆을 떠나지 않으며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는 22일 오후 시 주석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부터 귀국하는 순간까지를 순차적으로 다룬 기록영화 '사회주의 한길에서 변함없을 불패의 조중친선'을 방영했다.
1시간 10분 분량의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김 위원장이 1박 2일 내내 시 주석의 동선을 직접 챙긴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첫날 밤 집단체조 공연 관람이 끝난 후 깜깜한 밤이었지만 귀환하지 않은 채 먼저 시 주석의 숙소인 금수산영빈관에 도착해 시 주석 부부를 기다렸고, 다시 방까지 직접 안내했다.
중앙TV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진심 어린 극진한 정에 감동을 금치 못 해하면서 비록 길지 않은 하루였지만 조선 인민에 대한 지을 수 없는 훌륭한 인상을 받아안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습근평 동지와 형제적 중국 인민에 대한 우리 인민의 친선의 감정은 그렇듯 뜨겁고 열렬하다"며 "두 나라 인민의 혈연의 정은 그 무엇으로서도 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부부는 앞서 공항 영접 행사와 무개차 퍼레이드, 평양시민의 연도환영, 금수산태양궁전 환영행사를 거쳐 숙소인 금수산영빈관에 도착해서도 시 주석을 방까지 직접 안내하고 숙소에 관해 설명했다.
중앙TV는 김 위원장이 "방문 기간 사소한 불편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대의 성심과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회담,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간부들과 기념촬영, 시 주석 환영 연회,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불패의 사회주의' 관람을 함께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집단체조 개막공연을 관람한 뒤 불만을 드러내며 관계자들을 비판했지만, 이날 공연에는 만족했는지 웃으며 시 주석에 공연을 설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 주석의 방북에 맞춰 특별 제작한 공연에는 중국어 노래가 연이어 연주됐고, 관객석에 있는 평양시민들도 중국 노래를 따라불렀다.
양국 정상은 이튿날에도 양국 우호의 상징인 '북중 우의탑' 참배로 하루를 같이 시작하고 다시 영빈관으로 이동, 출발 전까지 부부동반으로 나무가 우거진 호수 주변을 산책하고 오찬도 했다.
두 정상은 산책 내내 대화를 이어갔고,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TV는 산책길 대화에 대해 "외교적 관례나 격식을 초월해 진실한 정으로 맺어지고 깊어진 두당 두 나라 최고영도자 동지들의 각별한 친분 관계"라고 치켜세웠다.
금수산영빈관은 이번 시 주석의 방문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북한이 새로 조성한 외빈용 숙소로 추정된다.
카메라는 녹색 기와지붕을 갖춘 궁궐 같은 대형 건물과 시 주석의 숙소로 사용된 단층 건물, 원형 식당 등으로 구성된 영빈관 전경을 잡았다.
호수에는 백조 수십 마리가 헤엄쳤고, 두 정상이 오찬한 영빈관 장미원은 이름대로 장미꽃이 곳곳을 장식했다.
양국 정상이 순안공항에서 출발에 앞서 오랫동안 양손을 맞잡고 웃으며 대화하고,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전용기가 이륙하고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기록영화에는 시 주석이 영빈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잡혔고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함께 있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첫날 마련한 환영 만찬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참석했으며, 우의탑 참배 때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해오던 의전 및 행사 전반 관장 역할을 넘겨받은 듯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주변에서 밀착 보좌했다.
북한은 이번 시 주석 방북 행보를 이튿날에야 공개하며 신속 보도와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으나, 기록영화는 방북 종료 다음 날 신속히 방영해 대비됐다.
기록영화 특성상 민감한 내용이 없고 김 위원장의 외교 업적 과시를 선전할 수 있어 지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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