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OMT 관련 의견 바꾼 獨바이트만에 '더 나은 사람됐다'
"ECB 총재 후보 바이트만 반대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부상한 독일 연방은행 총재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프랑스가 ECB의 차기 총재를 독일 연방은행 총재가 가져가는 것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마치고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프랑스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가 ECB의 좋은 총재가 될 것 같냐고 묻자 즉답을 피한 채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결정과 OMT에 강하게 반대했던 분들이 뒤늦게 의견을 바꾼 것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전면적 통화거래'(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의 약자인 OMT는 유럽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ECB가 마련한 장치로, 회원국이 동의하기만 하면 ECB가 회원국 국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사들일 수 있는 일종의 구제금융방안이다.
바이트만의 독일연방은행(분데스방크)은 ECB의 이사회에서 OMT에 유일하게 반대했지만 최근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바이트만은 지난주 독일 일간지 '디 차이트' 온라인판 인터뷰에서 "유럽사법재판소(ECJ)가 OMT를 검토했는데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OMT는 (재정지원이라기보다) 통화정책이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를 두고 기자들에게 "우리는 모두 선한 본성을 갖고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인간 본성에 낙관적이어도 된다"라고 말했다.
바이트만이 OMT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바꾸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자 유럽이사회 건물의 프랑스 기자들이 상주한 기자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마크롱은 끝내 자신이 ECB 총재 경합에서 바이트만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이날 발언은 프랑스가 ECB 총재 후보 경합에서 바이트만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FT는 전했다.
바이트만은 그동안 ECB의 OMT가 정부에 대한 직접 재정지원 성격이 강하다며 반대해왔다.
바이트만은 2013년에는 OMT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독일 헌법재판소에 나가 OMT가 중앙은행의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의 길을 열 것이라며 이는 EU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 헌재는 2016년 OMT가 독일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집단 위헌소송을 기각하고 조건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대표적인 재정 보수주의자의 꼽히는 바이트만은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두고 마리오 드라기 현 총재와 종종 정면충돌을 불사해왔다.
그는 10월 임기를 마치는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의 자리를 이을 후보 5명 중 유력주자로 부상했지만, 저금리를 선호하는 남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드라기 총재 역시 자신의 정책들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바이트만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차기 ECB 총재 후보군에는 프랑스인인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브누아 쾨레 ECB 이사도 있다.
EU의 양대 핵심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차기 EU 집행위원장 선출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집행위원장이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ECB 총재 역시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의 인선과 함께 패키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오는 30일 다시 모여 차기 EU 지도부 인선 문제를 논의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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