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시장(광역시장)을 뽑는 선거가 약 3개월 만에 23일(현지시간) 다시 치러졌다.
이번 재선거는 공식적으로 21명이 출마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 소속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와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뷔이윅체크메제 구청장의 양자 대결 구도로 펼쳐졌다.
이날 오전 8시에 시작된 투표는 오후 5시에 끝난다.
재선거는 앞서 지난달 6일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가 AKP의 이의를 수용, 이스탄불시장 선거를 취소하고 재선거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3월 말 지방선거 개표 결과 이마모을루 후보가 48.8%를 얻어 이을드름 후보를 약 1만4천표 차로 꺾고 승리했다.
그러나 APK는 개표소 감시원을 공무원 중에서 선정해야 하는 선거법령이 광범위하게 위반됐다고 주장하며, 결과 취소를 요구했다.
CHP는 작년 대선과 총선, 2017년 개헌 국민투표에도 공무원이 아닌 투표소 감시원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하며 이 문제가 선거 취소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반발했으나 YSK는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선거는 터키 민주주의와 에르도안 인기·장악력의 중요한 시험대로서 주목받고 있다.
재선거도 이마모을루 후보가 승리한다면 1994년 이래 처음으로 '에르도안 정당'이 이스탄불시장직을 잃게 된다.
인구 1천500만명의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31%를 차지했다.
"이스탄불에서 이기는 자가 터키에서 이기고, 이스탄불에서 지는 자가 터키에서 진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터키 정치의 통설로 굳어졌다.
최근 판세 분석은 조사기관에 따라 승패 예측이 엇갈리게 나타났지만, 이마모을루의 승리에 더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야당은 선거 부정을 우려해 전국적으로 변호사 네트워크를 조직해 투·개표 과정을 주시하도록 했다.
이스탄불 변호사협회 건물 벽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경계를 선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에 따라 재선거에 대한 반응이 상반되게 나타났다.
진보·세속주의 성향의 시슐리구(區) 테슈비키예에서 투표를 마친 아슴 솔라크(50)는 로이터통신에 "재선거 결정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재선거를 통해 그들이 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베이오을루구(區)에서 투표한 AKP 지지자 휘세이인(45)은 "투표 부정 정황이 있다면 민주주의 이름으로 재선거를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터키 북동부 흑해 연안 트라브존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옐리즈 R. 매니저는 "23일 재선거 때문에 이스탄불 시민들이 대거 휴가를 미뤘다"면서 "트라브존 말고 다른 휴가지도 호텔 예약률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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