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계자·일부 미 의회 지도자 제재 실효성에 '회의적'
진전 없으면 핵시설 제거 압력…북한과 권력구조 다른 이란 외교 해결 '난항'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막판에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준비했다가 작전 개시 직전 취소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매력적인 옵션'이 부재(不在)하다는 사실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국 드론(무인기) 격추로 촉발된 위기가 완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유지·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이란 지도자들이 결국 경제적·국내 정치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보다 더 철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해왔다.
동시에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군사적 타격이나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보다 공격적인 옵션도 계속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핵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유럽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송유관을 잠그고 원유 판매 수입을 거의 제로(0)로 만들면 이란인들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일부 미 의회 지도자와 전·현직 외교관들 역시 제재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오바마 정부와 했던 것보다 불리한 합의를 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이란이 지금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문제"라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제재로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틀림없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로부터 이란의 핵시설을 제거해 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에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위한 계획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란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이란은 핵 시설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벙커와 터널을 건설했고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나탄즈는 대공포로 무장했다.
10여년 전 오바마 정부는 나탄즈의 원심분리기를 목표로 이스라엘과 함께 '올림픽 게임'으로 알려진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원심분리기의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 컴퓨터 코드를 이용한 것으로 이란은 원심분리기가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원인을 확인하는 데 1년 이상 걸렸다.
미 국가안보국(NSA)과 사이버 사령부는 전쟁 개시일에 이란의 전력망과 통신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니트로 제우스' 작전을 포함해 가능한 사이버 옵션을 검토했으나 이란 시민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옵션은 북한에 했던 것처럼 방향을 바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북한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란에서는 군과 성직자가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협상할만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란은 새 합의를 하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