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당, 휴일 날선 대치…오늘 원내대표 회동 불투명
文의장, 내일 본회의 소집…與, 야3당과 공조해 상임위 동시다발 개최
한국당 "청문회·北선박·붉은 수돗물 상임위만 참여"…국회서 규탄대회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설승은 이은정 기자 = 여야는 휴일인 23일에도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위한 원내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고 날 선 대치 국면을 이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위한 선별적인 국회 상임위원회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협상의 여지가 더욱 줄어든 형국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23일) 오후 원내대표들끼리 만나 경제토론회의 시기, 조건, 방법, 패널 등을 논의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오늘 오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성명서를 발표한 후 회동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의사일정 협상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강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시정연설을 한 차례 연기하며 여야 합의를 기다린 문희상 국회의장도 더이상 미루지 않고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를 24일 소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24일 오후 본회의가 열릴 것에 대비해 국회 근처에 대기해달라고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민주당은 조만간 한국당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과 공조해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동시다발로 열 예정이다.
완전한 국회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일단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면서 추경과 민생법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 한국당의 복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국회가 일부나마 가동되기 시작하면 한국당도 장외 투쟁을 접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은 대야 협상 의지를 내비치는 차원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대신 황교안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소상히 해명하라"(이해식 대변인), "채용 비리 의혹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정춘숙 원내대변인)는 등 공세를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민주당이 '백기투항'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면서 선별적인 상임위 복귀를 선언하는 강수를 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한국당은 국회에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북한 목선, 붉은 수돗물 등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를 선별적으로 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대북 경계태세와 관련한 운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수돗물 오염 사태와 관련한 행정안전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 부분적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다만 한국당은 24일 추경 시정연설에는 불참할 계획이다. 추경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집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성명서에서 "국회의장과 집권여당은 24일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국회 운영 관행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또 다른 파행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북한 선박의 강원도 삼척항 입항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집중 성토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모든 책임의 중심에는 바로 문 대통령이 있다"며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보를 망가뜨린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하고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며 "문 대통령부터 군형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법률 검토 후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이 한국당의 선별적인 상임위 복귀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한국당도 추경 심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하면서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당 원내대표끼리 만나는 것은 향후 며칠간 어려울 것 같다"며 "한국당이 계속 강공으로 나온다면 대꾸하지 않고 시원하게 내려놓은 채 입장 변화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도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주중 한번 접촉을 시도했으나, 여태까지 접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저희로서는 어떤 실질적인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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