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횡령 혐의 재판 중 출국…징역 3년6개월 이미 확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54)씨가 해외도피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됨에 따라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 전 회장의 소재 파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던 중인 2007년 5월 출국해 12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1심 재판부는 2006년 2월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건강상 이유와 피해변제를 시도한다는 점을 들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정 전 회장은 이듬해 일본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법원에 낸 출국금지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곧바로 출국했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계속 진행해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정 전 회장이 귀국할 경우 확정된 징역형을 우선 살아야 한다.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에 머물다가 법무부가 카자흐스탄 당국에 범죄인인도를 요청하자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11월에야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었다.
정 전 회장의 해외도피 행적은 그를 도운 친인척들의 수사·재판에서 일부 확인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의 며느리 김모(51)씨는 2007∼2008년 카자흐스탄에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사를 설립한 뒤 운영비 명목으로 1억3천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96세 한보 정태수 행방 추적…"작년에 사망했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간호사 4명을 고용해 간병을 받고 이들 임금을 교비로 지급하기도 했다. 그는 도피자금으로 쓰려고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여서 귀국하면 관련 수사도 받아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으로 이동한 이후 금광사업을 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현재 행방은 물론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1923년생인 정 전 회장은 살아있다면 올해 96세인 데다 과거 한보 사태로 복역 중 대장암 진단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전력도 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손영배 단장)은 2천225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정 전 회장의 생사와 소재를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이미 키르기스스탄 당국에 정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아들 한근씨를 상대로 정 전 회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한근씨의 신분세탁 과정에 이름을 빌려준 지인 A씨를 최근 소환해 경위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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