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격지시' 확인에 이란 군부 잇달아 강경 발언

입력 2019-06-23 20:07  

트럼프 '공격지시' 확인에 이란 군부 잇달아 강경 발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려 했다가 직전에 철회했다고 스스로 확인하면서 이란 군부에서 잇달아 강경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이란을 실제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한편으로 대화장에 나오라고 압박하지만 이란에서는 미국에 '일전 불사'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이란 군부 지도부는 미국과 긴장이 고조할 때마다 미국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거친 발언을 내놓아 체제에 대한 자신의 충성도와 선명성을 부각하곤 한다.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 부대 하탐 알안비야 지휘통제본부의 골람 알리 라시드 사령관(소장급)은 23일 "미국은 중동에 파견한 미군의 목숨을 건지려면 불법 행위를 그만두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은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 않지만 국가의 영예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침략과 위협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며 "중동에서 전쟁이 나면 어느 국가도 그 기간이나 범위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합동참모본부의 아볼파지 셰카르치 대변인(준장급)은 22일 이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협엔 위협으로 대응하겠다"라며 "적이 우리에게 총탄 1발을 쏘면 그들은 10발을 맞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군 무인기 격추를 주도한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사령관(준장급)도 22일 "(미국이) 이같은 침략 행위를 반복하면 우리는 이번과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며 "또 이란 국경을 넘는다면 우리는 미국 무기의 잔해를 계속 수집하겠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지시와 실행 직전 철회는 미군의 무인정찰기가 격추된 지 하루 뒤인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 해군의 무인정찰기 RQ-4A 글로벌호크를 20일 격추했다"라면서 "같은 시각 근처에 다른 정찰용 유인기 P8도 있었다"라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P8 정찰기는 약 35명이 타는 유인기로, 우리는 이를 타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라면서도 "미군이어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고 무인기만 맞췄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이란을 '이성적으로 배려'해 최대한 무력 충돌을 피하는 결단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이란 군부 역시 미군을 타격할 충분한 군사력이 있음에도 최소한의 관용을 베풀었다는 식으로 대응한 셈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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