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안전기술원,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조사 중간결과 발표
"기계적 이상도 의심…구동장치 점검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열출력 급증 사고는 인재(人災)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변경하면서 근무자들이 원자로 출력 계산을 잘못한 데다 원자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제어봉 조작도 미숙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전남 영광군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이런 내용의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0일 오전 정기 검사 중이던 한빛 1호기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측정 시험 중 출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원안위는 규정 위반 정황을 확인하고 한수원에 원자로 수동정지를 명령했으며, 당일 KINS 전문가로 구성된 사건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착수 열흘만인 지난달 20일,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 위반 정황이 확인됐다. 원자로 열출력 제한치(5%) 초과 상황에서도 규정대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고,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감독자 지시 없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원안위는 한빛 1호기 사용 정지를 명령하고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해왔다.
특별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지난달 한빛 1호기의 열출력이 급증한 것은 근무자의 계산오류와 관련이 있다. 원자로 제어봉을 조작하는 그룹 간의 편차가 생겼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제어봉 인출 값이 잘못돼 원자로 출력값이 18%까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바꿨지만 원자로 인출 값을 계산한 원자로 차장은 관련 교육 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원자로 제어봉 조작 그룹 간의 편차가 발생한 것은 제어봉 조작자의 운전 미숙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제어봉을 2회 연속 조작해야 하지만 한 그룹에서 1회만 조작했던 것이다. 다만 원자로 제어 중 제어봉의 고착 현상도 확인됐는데 이는 걸쇠 오작동이나 불순물 침적 등 기계적인 문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특별조사단은 원자로 헤드를 열고 제어봉 구동장치에 대한 점검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도 약 13시간 동안 제어봉 시험을 진행하며 3개 근무조가 참여했지만 2개 근무조는 꼭 하게 돼 있는 작업 전 회의를 하지 않은 것도 이번 조사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원자로 냉각재 내 핵연료 손상 시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 방사능 준위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이번 열출력 급증 사고로 인한 핵연료 손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향후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 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하는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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