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피부에 바르는 남성 피임 젤에 대한 임상시험이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존 레이놀즈-라이트 생식보건학 교수 연구팀은 커플 450명을 대상으로 이 남성 피임 젤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안정된 관계에 있는 18~50세 남성과 18~34세 여성 커플을 대상으로 영국, 스웨덴, 칠레, 케냐에서 진행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치약처럼 튜브에서 짜서 쓰는 이 피임 젤은 매일 아침 양쪽 어깨와 위팔 그리고 가슴에 바르게 된다.
이 피임 젤에는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섞여 있다.
남성은 프로게스테론이 원래 아주 적다. 따라서 프로게스테론의 양이 늘어나면 고환에 지금은 정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돼 정자 생산이 중지된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추가하는 것은 프로게스테론의 증가로 분비가 줄어드는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기분과 성욕 저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알약 형태로 경구 투여할 수도 있지만, 알약으로 복용하면 간에서 신속하게 대사돼 버린다. 이는 알약 형태의 남성 피임약 개발에 커다란 장애가 되어왔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여성 파트너는 이 피임 젤이 발라지는 부위와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접적인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수염이 나는 등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피임 젤을 바르는 남성은 취침 전 샤워를 하거나 티셔츠를 입고 자는 것이 좋다.
이 피임 젤을 6주 동안 사용한 29세 남성은 정자 생산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자 생산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이는 이 피임 젤 바르는 것을 며칠 빼먹어도 여성용 경구 피임약을 며칠 걸렀을 때처럼 임신이 될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부작용은 약간의 성욕 상승과 2kg 정도의 체중 증가로 나타났다.
1년에 걸쳐 계속될 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4~5년 안에 실용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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