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세월호 보도 등 공정성 훼손 사례 22건 채택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전 정권과 경영진 시절 벌어진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사례를 밝히겠다며 출범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가 모든 조사를 마치고 10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위원장인 정필모 KBS 부사장은 24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개월 간 불행했던 과거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라며 "이번 활동은 진정한 사초로서의 의미가 있다"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6월 설치된 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총 22건의 보도 공정성·독립성 사례를 조사, 보고서를 완성해 심의 의결한 후 양승동 KBS 사장에게 제출했다. 제도 개선 조치에 대한 권고도 이뤄졌으며, 다음 달에는 백서도 낼 계획이다.
위원회 조사 보고서는 ▲ 편성규약 무력화 시도 ▲ 외부 권력의 방송 개입 ▲ 여론전환용 '관제성' 특집 프로그램 ▲ 방송의 사유화 ▲ 부당노동행위와 부당 징계 ▲ 재단, 자회사 설립과 운영의 문제점이라는 크게 6가지로 구분된다.
편성규약 무력화 시도 사례로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관련 연이은 낙종과 기계적 균형 맞추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위원회는 "기자들은 이 과정에서 학습된 무기력에 시달렸고 공영방송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급전직하했다"라고 했다.
외부 권력의 방송 개입 사례로는 2008년 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가수 윤도현이 진행 중이던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하차한 데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포함됐다.
여론전환용 관제성 특집 사례로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발생 시 이를 덮기 위해 대통령 방미 성과 특집을 대대적으로 편성한 건과 세월호 참사 관련 모금방송에 반대하고 결국 프로그램을 축소한 건이 제시됐다.
방송의 사유화 목록에는 정치권의 '아침마당' 출연자 청탁과 특혜 출연 등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 징계에는 2008년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에 사측이 개입한 의혹 등이, 재단 자회사 설립과 운영의 문제점에는 김인규 전 사장 재임 기간 설립된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의 문제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위원회는 22건 중 5건 사례를 근거로 총 19명에 대해 징계를 권고했으며, 방송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과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 강화 등을 KBS에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들이 위원회 활동 목적을 보복과 징계라고 비판하며 출석과 증언 거부, 고소와 고발, 소송 등으로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이 위원회 운영규정 제정 과정에서 구성원 동의가 부족했다는 판단을 하고, 서울남부지법도 위원회에 조사 방해자에 대한 징계 요구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며 위원회 활동에 다소 타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조사 방해자에 대한 징계 요구 조항이 포함된 운영규정 13조는 법원 판단대로 폐기하되, 징계권고권을 비롯해 조직 설치의 정당성을 비롯한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는 것을 근거로 22건의 사례를 담은 조사 보고서를 완성했다.
이날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장도 "저희는 사장께 제도개선 권고만 할 뿐"이라며 "조사 방해자에 대한 징계 요구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필모 KBS 부사장은 "여러 불미스러운 사태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신뢰가 바닥까지 무너져내렸다"라며 "아프더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자기성찰과 검증을 통해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에서 이런 조사를 벌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만 탓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조직 문화의 획기적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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