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해달라' 구청 직원들 탄원…난치병 공익요원 소집해제

입력 2019-06-25 07:00  

'재검해달라' 구청 직원들 탄원…난치병 공익요원 소집해제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난치병을 앓는 사회복무요원이 병역 신체검사를 다시 받게 해 달라는 소속 기초자치단체의 탄원 끝에 심사를 거쳐 소집해제 판정을 받게 됐다.
25일 인천시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6개월째 해당 구청에 복무하던 공익근무요원 A(24)씨는 지난 19일 열린 인천병무지청의 심사 결과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인천병무지청은 심의위원과 외부 전문가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를 거쳐 A씨가 질병으로 인해 계속 복무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추홀구 담당 부서 직원 13명은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감안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공동 제출하고 그에 대한 소집해제 신청서를 관할 인천병무지청에 낸 바 있다.
현행법상 신체등급 판정이 곤란한 질병이나 정신적 장애 등으로 계속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체검사 없이 지방병무청장이 사실 조사와 심사를 해 소집 해제할 수 있다.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거나 정신질환자로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는 요원, 향정신성 의약품이나 알코올 중독자, 대인기피 등의 행동을 보이는 사회복무요원이 대상이다.
A씨 역시 중학생 때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 통증과 발진 증상에 시달렸지만 2014년 첫 병역신체검사에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재검에서도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A씨는 2017년 초 병원에서 난치병인 '홍반성 루푸스' 확진을 받은 뒤 3차 재검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루푸스는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체계가 되려 비정상적으로 몸을 공격하는 희귀성 질환으로 알려졌다. 피부 발진부터 뇌, 폐, 신장 이상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완치법도 없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6개월째 구청에서 대체복무를 해 온 A씨는 햇빛만 쬐면 나타나는 발진과 통증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근무 중에도 갑자기 의식을 잃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회복무요원은 2년 동안 연가와 병가를 합쳐 59일까지 쓸 수 있지만 A씨는 통증 탓에 이미 수차례 휴가를 내 연장 복무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A씨 어머니는 난치병 환자들에 대한 재검 기준이 완화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청원 글을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 글에서 "차라리 겉으로 증세가 드러나기를 바라는 상황일 만큼 아들의 통증이 심각하다"며 "아들이 재검을 못 받더라도 다른 난치병 환자들까지 비슷한 고충을 겪지 않도록 재검 기준이 완화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A씨는 10번 아프면 8번을 참고 울면서도 근무할 만큼 성실한 요원이었는데 복무 중 받은 재검에서도 계속 복무하라는 결과가 나와 직원들이 다들 안타까워했다"며 이번 판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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