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대 광주 남구청 리모델링 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나

입력 2019-06-24 16:08  

300억대 광주 남구청 리모델링 비용 누가 부담해야 하나
감사원 "남구청 상환 책임"… 남구 "계약대로 2023년까지 상환"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광주 남구가 청사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300억원대 리모델링 비용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떠넘기려다 제동이 걸렸다.
사업계획서 문구를 살짝 바꿔 책임을 떠넘기는 사실상 꼼수를 쓴 내용이 감사원에 적발되며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4일 공개한 '광주 남구 종합청사 개발 사업 공익감사' 결과를 통해 "남구에 리모델링 비용(위탁개발비) 상환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남구는 전임 청장 시절인 2011년 5월 지금 청사인 옛 화니백화점 건물을 105억원에 매입했다.
캠코는 300억원을 들여 청사 전체를 리모델링해주고 지하 1층~지상 4층을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위탁계약을 남구와 맺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르면 이 경우 캠코는 임대 수익을 남구에 납부하고, 남구는 이 수익금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상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구는 캠코에게 임대 사업 수익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자체 충당해야 한다고 떠넘겼다.
임대 수익이 나지 않은 것은 임대 사업을 운영하는 캠코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폈다.
남구는 위탁 첫해인 2013년부터 임대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특히 청사에 입주한 임대 사업자들이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을 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처럼 남구가 캠코에 책임을 미룬 근거는 사업계획서였다.
당초 캠코는 사업 기간과 관련해 기존 계약 기간(22년)이 끝나더라도 협의를 통해 5년 이내로 연장하거나 '잔여 위탁개발비를 상환하면 사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으로 사업계획서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구는 잔여라는 단어를 뺀 수정된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이를 근거로 남구는 마치 잔여 위탁개발비를 다 상환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고 위탁사업이 종료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수익이 증가해 남구가 위탁 기간보다 일찍 상환하는 경우 사업을 종료하게 돼 있다"며 "반대로 수익이 떨어져 상환하지 못할 경우 남구가 그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계획서에는 위험 부담의 주체가 남구로 명시돼 있고, 이 위험에는 임대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익이 나지 않은 위험도 포함된다"며 남구의 상환 책임을 인정했다.
감사원은 이른바 갑질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관련 공무원 4명을 징계하도록 통보했다.
남구 주월동에 위치한 남구청사는 지상 9층에 지하 6층 규모로 공공청사로 사용하는 공간을 제외한 지하 1층~지상 4층에 민간 상가가 입점했다.
하지만 개청 첫해부터 비싼 임대료와 경기 침체로 상가 유치에 어려움이 이어졌다.
캠코는 계약 기간 임대 사업을 하더라도 투자금 환수가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 6월 남구에 리모델링 비용을 상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 사이 청장이 바뀐 남구는 "리모델링 비용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가려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남구는 감사결과가 나오자 보도자료를 통해 "위탁개발비 상환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 것뿐"이라며 "계약대로 위탁 기간 내(2023년)에 캠코가 임대 수익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도록 하고, 부족하면 계약 연장을 통해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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