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투즈 '붕괴'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위기의 반복이 아닌 위기의 돌연변이와 전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었다.
세계 금융시스템을 뿌리째 흔든 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세계는 오랜 기간 휘청였고 불안감은 여전하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는 신간 '붕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조명한다.
그는 현대 경제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로, 권위 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책은 2008년 금융위기의 기원부터 현재 상황까지를 경제를 넘어 역사로 접근하며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20세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을 2008년 금융위기의 유사성 등과 함께 짚어가며 역사 속에서 위기의 원인과 교훈을 찾는다.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2008년 금융위기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됐지만, 이를 미국의 위기로 보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근원지가 북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었지만, 그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친 것이었다며,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위기,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을 금융위기와 연결해 설명한다.
또한 투즈 교수는 "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며 지난 10년간 후폭풍이 이어졌으며, 위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에서 2012년까지 이어진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정치적, 지정학적 위기로 변모돼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2008년 이후 각국 위기탈출 방안들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봤지만 부작용을 야기했으며, 유럽에서의 좌파와 우파의 극한 대립 등은 경제위기 이후 정치가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으로 돌변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로 가장 고통을 겪은 신흥국가로 한국과 러시아를 꼽았다.
두 나라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치자 갑자기 자금조달이 갑자기 중단되며 극심한 통화위기를 겪었다.
투즈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국제화돼 있었고, 여기에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의 재정적 필요와 특히 수익을 회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자본재 거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었다"고 국가 재무상태에 큰 문제가 없던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유를 분석했다.
한국 은행시스템이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한 국제 화폐시장과 달러화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외환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나, 금융위기가 닥치자 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한국이 엄청난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저자는 "한국처럼 막대한 외화를 보유한 국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건 경제가 튼튼한 국가라도 세계적인 충격파 앞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카넷. 우진하 옮김. 964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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