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귀에 경 읽기?…소주 한 잔만 마셔도 걸린다고 했는데

입력 2019-06-25 09:34  

[르포] 소귀에 경 읽기?…소주 한 잔만 마셔도 걸린다고 했는데
제2 윤창호법 첫날…부산서 총 6명 적발, 면허취소 4건·정지 2건
바뀐 기준 따라 면허정지→면허취소 많아…만취 운전자 도주하다 붙잡히기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음주단속 기준과 처벌이 강화된 이른바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2시 15분.
경찰이 부산 해운대구 수영1호교 부근에서 음주단속을 벌였다. 이곳은 평소 광안리에서 술을 마신 뒤 해운대로 귀가하는 사람이 많이 지나치는 곳이다.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음주단속 현장에 들어섰다.
이 차 안에 타고 있던 30대 운전자 A씨가 입김을 불자 음주감지기가 반응했다.
A씨는 차에서 내리며 "1시간 전에 작은 소주잔에 2잔을 마셨을 뿐이다"며 다소 의아해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처벌됩니다."
경찰관이 순식간에 A씨를 에워싸며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설명했다.
자신만만했던 A씨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물을 마시고 가글까지 해보았지만 A씨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겨 나왔다.
A씨는 경찰 차량에 탑승해 4차례나 호흡 측정기로 음주를 측정했다.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취소 수치다.
과거 음주운전 적발 시 면허취소 기준(0.1%)이었다면 A씨는 면허정지였지만 제2 윤창호법에 따라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수치대로라면 실제 소주 2잔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2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했다.

새벽 2시 29분께.
이번에는 승용차 한 대가 단속 현장에 진입하자 갑자기 속도를 높여 경찰 제지에도 경광봉을 밟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바로 승용차를 번호를 조회해 추적했고 한밤 도심 추격전이 시작됐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30대 초반 B씨는 30분 만에 결국 수영구 민락동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B씨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170%로 만취 상태였다.
부산 경찰은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자정부터 음주운전 6건(면허취소 4건·면허정지 2건)을 적발했다.
이중 면허취소 3명은 혈중알코올농도 0.096%, 0.081%, 0.097%가 측정됐는데 이는 제2윤창호법 전에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병국 해운대경찰서 교통안전계 2팀장은 "몇잔을 마시고 운전해도 음주단속 시 훈방됐던 경험에 비추어 적정 수준 술을 마시고 거침없이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있었다"며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주 한잔을 마셔도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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