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9주년 행사서 전사한 '학도병의 편지' 등 낭독
국군·유엔군 참전용사 등 4천명 참석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하고 부르며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 참석한 국군·유엔군 참전용사 등 4천여 명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 끝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전사자들이 남긴 편지가 낭독될 때마다 하나 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서울 동성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 이우근 군은 전쟁이 터지면서 총을 잡아야 했다.
이 군은 전투에 나가기 전 어머니에게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저는 꼭 돌아가겠습니다.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지만,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편지는 전사한 이 군의 품에서 발견됐다.
당시 26살이었던 육군 2사단 고 정찬오 이등중사도 1953년 4월 전장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제 전쟁이 끝나고 돌아갈 날도 머지않았으니,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조금만 더 기다려주오"라는 내용의 애틋한 편지를 썼다.
정 이등중사는 그로부터 두 달 뒤 철원지구에서 전사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이자 결혼 5년 차 가장이었던 고 김세환 씨는 전쟁이 나자 아내와 딸을 남기고 학도호국대 장교로 지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아내에게 절절한 내용의 편지만 남기고 끝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이 편지를 읽고 슬퍼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쓸 용기가 나지 않았소. 하지만 더는 참지 못해 오늘에서야 붓을 들게 되었소. 나는 잘 있으니 근심하지 마오. 반드시 살아 돌아가겠소."
6·25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불리는 화살머리고지 전투 참전유공자 민경식(91) 옹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고지를 뺏고 또 빼앗기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날이 밝으면 고지 전체가 시체로 덮였다"며 "고지를 지키기 위해 너무 많은 전우가 희생됐다"고 회상했다.
현재 화살머리고지에서는 군의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훈처가 주최한 이 날 행사의 주제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희생과 용기,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1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고(故) 김영옥 대령의 조카 다이앤 맥매스(76), '8월의 전쟁영웅'으로 뽑힌 홍은혜 여사의 아들 손명원(78) 씨 등도 주빈 자격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17개 광역시·도를 비롯해 전국 216개 지역에서도 지자체 또는 6·25 참전유공자회 등 주관의 각종 행사가 열렸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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