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빚 총액만 2천조원 달해…'빚이 빚 낳아' 상환도 늦어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학자금 빚이 정말이지 종신형 같아요."
오는 가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교에 입학하는 19살 헤일리 월터스는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다.
5년 뒤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 곧바로 10만 달러(약 1억 1천500만원)라는 '학자금 빚더미'에 올라앉기 때문이다.
월터스는 장학금으로 일부를 충당하고서도 연간 2만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을 대려면 대출을 받아야 할 거라고 했다.
그는 "이건 기본적으로 빚을 지고, 또 지고, 또다시 지는 것"이라면서 "빚 하나하나마다 각각 이자가 붙어 하나씩 갚아 나가야만 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월터스의 사례는 성인이 된 후 상당 기간 학자금 상환 부담을 지고 살아가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AF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4천500만 미국 대졸자들은 총 1조6천억 달러(약 1천 850조원)에 달하는 학자금 빚을 안고 있다.
학자금 빚 총액은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며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조차 자녀의 학자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학생 중 71%가 학자금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비영리단체 '학자금 빚 위기'(Student Debt Crisis) 기획이사인 코디 후나니안은 "올해 공립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은 평균 3만5천 달러(약 4천만원)의 빚을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흑인 등의 소수자 집단에 학자금 빚은 더욱 삶을 옥죄는 사회문제다.
후나니안은 "특히 흑인 여성이 진 1인당 학자금 빚 총액은 가장 높다"고 짚었다.
문제는 '빚이 빚을 낳아' 대다수의 학생은 장학금 등을 받더라도 계획된 상환 일정에 맞춰 빚을 갚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자가 붙어 나가면서 계속 상환을 해 나가는데도 학자금 대출 잔액이 오히려 더 늘어 상환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후나니안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대출 프로그램에 따라 학자금 빚 3만 달러(약 3천500만원)를 매달 150여 달러(약 17만원)씩을 갚아 나가고 있는데, 이자가 계속 붙는 바람에 그동안 쌓인 이자마저도 상환하지 못했다며 "매달 돈을 갚는데 빚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학자금 빚이 세대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월터스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미처 갚지 못한 학자금 빚 때문에 "허리가 휜다"며 한탄하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의 극빈층 가정에서 태어났던 자신의 아버지는 학자금이 '무료'가 아니었다면 대학에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삶을 위협하는 학자금 빚 문제는 2020 미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진보계 유력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1조6천억 달러의 대학 학자금 빚 전액을 연방정부가 탕감하고, 공립과 커뮤니티 대학, 직업학교 등의 학비를 모두 무료로 할 것을 촉구하는 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올 초 소득 수준에 따라 학자금 빚을 차등 탕감하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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