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열린 대규모 미사에 2만명 운집…푸른 하늘에 '평화' 애드벌룬
文대통령도 "한반도 평화 완성 위해 두려움없이 대화"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5일 북녘땅을 마주한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대규모 미사가 거행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날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천주교 성직자와 신도 등 약 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기원미사'를 봉헌했다.
전국 단위 평화기원미사가 열리기는 2001년 이후 8년 만이다.
마태오 복음서 5장 9절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을 주제로 열린 평화기원미사는 주교단이 파티마 성모상을 앞세우고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금관을 쓰고 묵주를 든 모습의 파티마 성모상은 평화를 위한 기도의 상징, '평화의 모후'로 불린다.
평화기원미사는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고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공동 집전으로 진행됐다.
염 추기경은 미사 예식을 시작하며 "(6·25전쟁 제69주년인) 오늘을 맞이해 돌아가시고, 희생된, 상처받고 지금까지 이산의 고통을 겪는 이산가족들, 수많은 사람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기원 메시지를 담아 강론에 나섰다.
김 대주교는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첫인사도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였다"며 "주님께서 초대하신 평화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조건도 계산도 필요 없다. 분열을 조장하며 평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6월 마지막 즈음에 있을 한미 정상 간의 만남이 주님의 뜻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데 좋은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미사를 준비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2019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주교는 호소문에서 "우리 문제는 우리가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한다"며 "부디 남북 정상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무조건 대화를 재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제재 하에서도 인적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므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주기를 바란다"며 "국제사회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주교는 국민에게는 남북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용서와 화해'를 실천해달라며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가 시작한 밤 9시 주모경 기도에 초대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평화 상징물로 특별 제작한 한반도기가 봉헌됐다.
원주, 수원, 청주, 광주, 전주, 안동, 마산, 부산 8개 교구 신자들은 한반도기를 들고나와 제단에 게양했고, 야외 미사장에는 '우리의 소원'이 울려 퍼졌다.
미사 사전행사에서 서예가 국당 조성주 씨가 대붓으로 '평화'라고 쓴 하얀 천은 2개 애드벌룬에 묶여 푸른 하늘 위로 띄워졌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도 봉헌에 나섰다. 이날 봉헌금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임진각은 실향민이 북녘땅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곳"이라며 "전쟁의 고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이 공존하는 이곳 임진각에서 올리는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가 평화를 염원하는 모두의 가슴에 특별한 희망을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미사의 주제처럼 한반도의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날이 꼭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반도 평화가 완성되는 날까지 국민들과 함께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한 교황대사 슈에레브 대주교도 축사에 나서며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라며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를 축하했다.
미사에 앞서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며'를 주제로 묵주기도와 '평화음악회'가 진행됐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 영화 '오빠생각'에 나온 '고향의 봄' 등을 합창하고, 록그룹 부활은 새벽, 비밀,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등을 공연했다.
미사 참가자들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로 한반도 평화를 희망했다.
천주교는 매년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정해 전국 성당에서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올려왔다.
천주교는 올해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의 의미를 더하고자 북한 조선가톨릭교협회, 평양 장충성당 관계자 초청을 타진했으나 답이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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