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인근 지자체 일정 돌연 취소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남북전쟁(1861~1865) 재연 행사가 역사 보존이냐, 백인 중심 문화 추종이냐를 놓고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2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매년 7월 남북전쟁 당시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를 열어온 시카고 근교 일리노이 주 레이크 카운티 당국이 내달 13일과 14일로 예정됐던 금년 일정을 돌연 취소, 논란에 불을 붙였다.
행사를 주관해온 레이크 카운티 숲보존지구(LCFP) 관리이사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공공 안전 우려"를 이유로 들었으며, 일각에서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LCFP는 작년 7월에도 레이크우드 숲보존지구에서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남부 연합군과 북부 연방군으로 나뉘어 남북전쟁 당시 의상과 장비를 갖추고 모의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앤젤로 카일 LCFP 이사회 의장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남북전쟁의 날 행사에 엄청나게 많은 남부 연합기가 등장하고 그외에도 재고려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면서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LCFP 측은 성명을 통해 "지자체 및 주 사법당국과 논의한 끝에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부 주들과 북부 주들이 노예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촉발된 남북전쟁 기념 행사는 레이크 카운티 외에도 미 전역의 여러 지자체가 이어오고 있다.
존 태너힐 LCFP 공공안전 디렉터는 "올해 긴장감은 여느 해와 정도가 다르고, 우려 수준도 높아졌다"면서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전쟁의 날' 준비위원회에 속한 웨인 카를은 취소 결정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
그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오랜 전통으로 지켜온 행사를 이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 슬프고, 실망스럽다"면서 "남북전쟁의 날 행사는 아마 앞으로 다시 치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LCFP 마이클 댄포스 위원은 "북부 연합군의 10%는 흑인으로 구성된다"며 "미국의 노예제 역사를 결코 잊지 않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 랠프 피터슨은 "남북전쟁 재연 행사 취소는 올바른 일"이라면서 "당시 재연은 문화적으로 무감각한 일이다. 백인을 찬미하는 것이고, 백인 중심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역사를 미화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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