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하려 한다"며 사과문 발표…학생들 "괜찮아" 연호
채용·승진 과정서 학원 측에 돈 건넨 교사들은 불참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우리 학교 소식에 여러분들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53억원 횡령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전주 완산학원의 완산여고 교사 20여명은 25일 학생 300여명이 모인 학교 강당에서 고개를 숙였다. "진심을 담은 말을 전하려고 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창석 완산여고 교장은 "학교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학생들에게 학교 입장에 대해 안내했어야 했는데,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차일피일 미룬 걸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교장으로서 진심을 담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박 교장은 그러면서 "학교가 올바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함께 나아가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발전적인 학교 방향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해주고, 교사들도 열린 자세로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모든 교사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한 번 더 믿어주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사과문 낭독 후 박 교장을 비롯해 교사 20여명은 학생들 앞에 일렬로 서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향해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고서 한동안 울먹였다.
이에 학생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오히려 교사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정작 임용과 승진 과정에서 학교와 재단 측에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교사들은 사과문 발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교사들에 대해 전북교육청 감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검찰도 학교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사는 "애초 완산여고 교사 전체가 사과문 발표에 참여하기로 했었는데, 출장과 교과 연구 등 이유로 20여명만 참석했다"며 "부정을 저지른 교사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완산학원 설립자와 학교 관계자 등은 학교 자금과 법인 자금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퇴직 교사 2명과 현직 교사 4명은 승진과 채용 과정에서 완산학원 측에 수천만 원에서 1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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