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미국, 한국에 남중국해 군함 파견 요청"

입력 2019-06-25 17:09  

SCMP "미국, 한국에 남중국해 군함 파견 요청"
"中 영향력 확대에 항의 차원…韓, 대북안보 집중 이유로 거절"
인니·인도·호주 등 아태 국가들, 미·중 '편 가르기'에 고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국제 분쟁해역이면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남중국해에 미국이 한국의 군함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쪽 편을 들길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은 분쟁 해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대한 항의 제스처로 한국에 남중국해로 군함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국방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SCMP에 밝혔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해상물동량이 연 3조 달러에 달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하는 해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훈련 등을 하며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도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해 중국을 압박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에 지난해부터 영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인도, 필리핀 등이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 등을 벌였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남중국해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이 화웨이 제재 등 경제적 분야뿐 아니라 남중국해 갈등 등 군사적 분야에서도 확실한 '편 가르기'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외교 소식통은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한국에 큰 고민을 안겨준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작전 범위를 제한하고 남중국해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화웨이를 둘러싼 갈등은 다르다"며 "이는 집 뒷마당에 불이 난 것처럼 한국의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인 편 가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이면서 중국과 강력한 교역 파트너인 한국이 이러한 압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맞서 '인도 태평양 전략'을 펼치면서 한국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인도, 호주 등 다른 아태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중 유일한 G20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노선을 취하면서 되도록 중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자카르타 주재 중국 대사가 현지 신문에 미국의 일방주의적 무역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중국은 글로벌 무역질서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놓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인도도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한편으로는 미국 및 일본과 3자 회담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 3자 회담을 하는 등 최대한 논란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호주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다. 하지만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 파트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는 미국과 중국 중 한쪽 편을 들고 싶지 않다"며 "친구의 편에 서면서 동시에 고객의 편에 설 수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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