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북 조사…"주민들 미량영양소 결핍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북한이 지난해 가뭄과 홍수 등으로 10년 사이 최악의 작황을 보인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필수 비타민과 무기질을 의미하는 미량영양소가 결핍된 '히든 헝거'(hidden hunger·파악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영양 손실)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량난 조사차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제임스 벨그레이브는 최근 WFP 홈페이지에 실은 '북한 내부에서-식량 수요 평가 결과 북한에 히든 헝거가 드러났다'는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프랑스, 캐나다, 중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몰도바, 스페인 전문가들로 꾸려진 WFP 팀원으로서 북한 당국의 허가를 얻어 황해남도 등 9개 지방의 식량 상황을 조사했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7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북한이 가뭄과 이상 고온, 홍수, 비료 부족 등으로 근래 들어 최악의 작황을 보이자 식량난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평양에서 벗어나 차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서 바라본 북한은 농번기로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농부들은 붉은색 깃발이 군데군데 꽂힌 들판에서 괭이질하거나 소가 끄는 쟁기로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노후한 트랙터를 사용하는 등 오랜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보였다고 벨그레이브는 전했다.
벨그레이브가 속한 WFP 팀은 보육원과 일반 가정집, 협동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북한 주민들에게 뭘 먹는지, 작년 작황이 어땠는지, 물 부족에 대해 걱정하는지, 올해 소망이 뭔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답변은 짧았고, 북한 당국의 통역을 통해 들은 답은 더 짧았다.
벨그레이브는 이번 조사에서 어린아이들과 임산부의 영양실조, 히든 헝거가 우려됐다고 말했다.
만일 아이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필수영양소와 지방, 미네랄, 비타민 등이 결핍될 경우 평생 건강 문제로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벨그레이브는 한 보육원을 방문했을 때 보온을 위해 한 방에 모인 아이들이 콜록거리며 소량의 밥과 김치로 버티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한 여성은 그의 팀에게 두 아이를 위해 자신의 가족이 어떻게 식사량을 줄이고 비축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했으며,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인 다른 여성은 지난 12개월 동안 주로 밥과 김치만 먹었고 그의 유일한 단백질원인 계란은 손에 꼽을 만큼만 먹었다고 말했다.
벨그레이브는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역시 히든 헝거와 미량영양소 결핍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자로서 바라는 것은 집권자들이 지정학적인 것을 떠나 WFP가 인도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들은 (인도적인 도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