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결정에 따라 석방했다가 美 요청에 재구금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스웨덴으로 도피한 중국인 부패 사범이 최근 석방됐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스웨덴 정부에 다시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스웨덴 검찰은 중국인 차오젠쥔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후난(湖南)성 곡물 저장 시설의 책임자였던 차오젠쥔은 지난 2011년 11월 해외로 도피해 7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6월 스웨덴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그가 수백만 달러어치 공금을 횡령했다며 그의 인도를 요청했다.
차오젠쥔의 인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지만, 스웨덴 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열린 범죄인 인도 심리에서 차오젠쥔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렸다.
차오젠쥔의 변호사는 스웨덴 대법원의 석방 결정에 대해 "홍콩의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대규모 송환법 저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스웨덴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차오젠쥔은 자유의 몸이 됐지만,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불과 사흘만인 23일 다시 체포돼 구금됐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5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차오젠쥔을 돈세탁, 이민 사기, 범죄자금 국제 이체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번에 차오젠쥔이 석방되자 스웨덴 정부에 체포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법원은 미국의 차오젠쥔 인도 요청에 대한 예비 평가를 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차오젠쥔의 구금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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