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했으나 노사 입장 차이만 확인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못 내…"다음 회의서 제출할 것"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25일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으나 이번에도 노사간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머물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제4차 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5시간 넘게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로 인건비 부담 능력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했으나 근로자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시행한 것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단 한 번뿐이다. 당시 2개의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는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했고 지금까지 이 방식을 유지해왔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는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논의됐다.
당시 TF는 '현재 시점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일부 업종에 저임금의 낙인을 찍을 수 있고 차등 적용의 기준이 될 통계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다수 의견의 근거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19일 제3차 전원회의에 이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 문제에 관한 논의도 계속했으나 이 또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 문제는 시급을 기준으로 정하는 최저임금에 월 환산액을 병기하느냐가 쟁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부터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을 병기해왔다.
경영계가 월 환산액 병기에 반대하는 것은 월 환산의 기준이 되는 월 노동시간(209시간)에 대한 반대와 결부돼 있다. 여기에는 유급 주휴시간이 포함돼 있는데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을 병기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박준식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제출받을 계획이었으나 다음 전원회의로 미뤘다. 박 위원장은 "내일(제5차 전원회의)은 (최초 요구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이 제출되면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인 오는 27일까지 심의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주요 의제에 관한 노사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정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박준식 위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의 소통과 경청 아니겠는가"라며 "그런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인다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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