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지난해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제 사회의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인 하티제 젠기즈는 이날 인권이사회 부대행사에서 "살인 사건을 국제 사회가 서둘러 조사해야 한다"며 "카슈끄지 사건을 전 세계가 모른 척 하고 다른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에서 이뤄진 조사는 적법하지 않다. 한 나라(사우디)가 살인으로 비난을 받고 있고, 이것은 엄청난 스캔들이다"라며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
사우디 출신이면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15명으로 이뤄진 암살조에 살해됐다.
젠기즈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갔을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젠기즈는 "끔찍한 살인, 정치적인 살인의 목격자가 됐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라며 "카슈끄지의 시신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을 갖고 있는데, 그가 살아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이달 19일 보고서에서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해 "왕세자를 포함한 사우디 고위 관료들이 사적으로 개입한 것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카슈끄지는 의도적, 계획적으로 처형됐으며, 그의 죽음은 초법적 사형이고 사우디는 국제 인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젠기즈는 "이번 사건이 (보고관의) 보고서로만 남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국제 사회가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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