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간 피해 환자 12명…80살 의사 면허 박탈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불임 환자를 위한 인공수정 시술에 자신의 정자를 이용하는 등 탈법적 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 등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의사협회는 오타와의 불임 치료 병원 의사 버나드 노먼 바윈(80)이 지난 수십 년간 불임 여성의 인공수정 시술에 자신의 정자나 배우자 외 엉뚱한 사람의 정자를 이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의사 면허를 박탈했다.
협회는 이날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바윈이 의사로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직업윤리를 위반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면허 박탈과 개업 금지에 그친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 의료계에서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있을 수 없는 사기 행각의 희생자들"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그의 비윤리적 행위는 수십 년간 이어져 왔으며 실수나 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저질러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바윈의 그릇된 행각은 시술을 받은 환자 가족들이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서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유전자 검사 등을 해서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회에서는 피해 환자 12명 이상의 사례가 소개됐다.
피해 여성인 레베카 딕슨 씨는 3년 전 딸이 유전 질환인 소아 지방변증 진단을 받자 가족 혈통에 이 같은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바윈의 정자가 인공수정 시술에 이용됐음을 밝혀냈다.
그는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며 "수치스럽고 더럽혀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가족들에게도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10대 딸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정자로 시술돼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사실을 아직 딸에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술 당시 바윈이 배우자의 이름이 적힌 정자 보관병을 보여주었다면서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더럽고 치욕스러운 느낌"이라고 울먹였다.
그의 잘못된 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5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중 11명이 바윈의 정자로 시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윈은 지난 2013년 타인의 정자를 이용한 시술이 적발됐으나 이를 실수라고 해명, 면허 정지 2개월에 그치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곧 바윈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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