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도 포로에 치약은 줬다"…美 열악한 이민자시설에 공분

입력 2019-06-26 11:02  

"탈레반도 포로에 치약은 줬다"…美 열악한 이민자시설에 공분
국경 아동수용시설 실태 폭로되자 옛 탈레반 포로 등 증언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의 남부 국경에 있는 이민자 수용시설의 아이들이 치약, 비누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들끓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미국 국경을 넘어왔다가 부모와 격리된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 아동들이 몇 주간 씻지도 못한 채 극도로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클린트에 있는 아동 수용시설엔 씻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몇 주간 씻지 못한 아이들도 수두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태가 알려지자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나 해적보다도 더 비인간적으로 이민자를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2008년 탈레반에 납치돼 7개월간 갇혀 지낸 데이비드 로드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트위터에 "탈레반은 내게 치약과 비누를 줬다"고 썼다.
지난 2012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언론인 마이클 스콧 무어도 이민자 아동들의 처지가 "소말리아에서의 내 경험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2년 넘게 포로 생활을 했던 그는 "당시 상황은 매우 끔찍했다"며 척박한 콘크리트 감옥에서 때로는 전기도 없이 지내야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그러나 "완전히 비참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도록 최소한의 것들은 있었다"며 치약과 비누, 하루 한 번의 샤워, 매트리스가 제공됐다고 말했다.
이란 구금시설에 1년 반 동안 갇혀있던 제이슨 레자이언 WP 기자도 구금 첫날부터 치약과 칫솔을 받았다며 "만약 미국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이렇게 대한다면 미국의 가치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클린트 수용시설의 아동 300여 명을 다른 보호시설로 옮겼지만, 다른 시설도 포화상태인 탓에 이 중 100여 명이 다시 클린트로 돌아왔다고 WP는 전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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