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및 노조 반발에 재반박…靑 "가해자가 피해자 비난하는 형국" 대립 격화
"조선일보 '靑 보도개입' 주장도 허위…당일엔 방송 나가는 것도 몰랐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최근 KBS '시사기획 창 - 복마전 태양광 사업' 방송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을 두고 제작진과 KBS 노동조합 등이 반발하자 청와대가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KBS 측의 반발을 겨냥해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규탄하는 등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은 태양광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여기에는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나와 "대통령이 (저수지 면적) 60%에 (태양광을) 설치한 것을 보고 박수를 쳤다"고 언급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허위사실에 근거한 보도"라며 정정보도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고, 그러자 제작진과 KBS노동조합은 최근 '청와대가 부당한 외부 압력을 가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다.
이번에 반발 성명을 낸 KBS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른바 새노조)와는 별개의 노동조합이다.
KBS노동조합에는 1천700명 가량이, 언론노조 KBS 본부에는 약 2천200명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라서 사실관계 중심으로 해명하겠다"며 "제작진과 KBS노동조합은 청와대가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하느냐고 묻는데, 이 보도가 허위이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은 "KBS노동조합는 언론탄압이라는 주장도 한다"며 "우리 관점에서 보면 KBS는 가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작진은 방송 전 청와대에 사실관계 확인 등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KBS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수차례 입장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요청했나"라고 반문했다.
윤 수석은 "(제작진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11일과 16일 두 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고 대변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 중이었다"며 "춘추관장에게 수차례 문의했다지만, 춘추관장도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공문도 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이날 조선일보가 관련 내용을 전하며 '청와대가 KBS 보도에 개입한 것으로,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보도에 개입한 적이 없다. 허위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조선일보 기사에 보면 '방송 당일 윤 수석이 KBS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라는 대목이 있다"며 "그러나 저희는 당일에는 방송이 나가는 줄도 몰랐다. 다음날인 19일 정상적 절차를 거쳐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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