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공청회에 300명 산업계 대표 반대 목소리…항의 서한도 3천 통
SCMP "2020년 대선 앞둔 트럼프, 무역전쟁 격화 원치 않을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추가 관세에 대한 반대의 아우성을 지르고 있어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같은 세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 정상회의 둘째 날인 29일 별도 회담을 개최해 무역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SCMP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7일 동안 개최한 추가 관세 공청회에는 300여 명의 미국 기업·업종 대표들이 참석해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껏 USTR에 접수된 추가 관세 반대 서한도 3천 통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 접수는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반대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낸 것은 소비재와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었지만, 석유화학, 여행용품 등 다양한 업종 대표들이 공청회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석유협회(API) 수석자문 에런 파딜라는 공청회에서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략을 포기하고, 중국에 무역관행 개선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과 연대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이트 허먼 여행상품협회(TGA) 국장은 "중국이 관세를 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낸다"며 "정부의 결정이 활력 넘치는 미국 산업과 수천 개의 미국 일자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묘사할 시간이 5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2천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여행용품 업계가 부담한 비용만 지난 7개월 동안 2억8천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USTR에 서한을 보낸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핏비트는 "추가 관세는 미국에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국가안보 위협을 불러온다"며 "추가 관세 부과로 화웨이, 샤오미 등의 중국 경쟁업체가 경쟁우위를 얻게 되면 미국 시민의 민감한 건강 데이터 등이 중국 정부로 흘러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서한을 보낸 애플은 "우리는 앞으로 5년간 미국 경제에 3천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는 애플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조엘 트래츠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철회하라는 산업계와 의회의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정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와 같은 미국 기업들의 아우성과 소비심리 둔화, 투자자 신뢰 저하로 인한 주식시장 붕괴 등의 위험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SCMP는 "이번 G20 회담에서 '합의'를 끌어내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고, 무역전쟁을 격화하기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이해관계에 손실이 크다"며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G20 회담 때처럼 양국 정상이 '휴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부터 2천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던 때인 지난해 12월 1일 양국 정상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만찬 회동을 했다.
당시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회동을 통해 양국 정상은 90일간 미국 측의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무역전쟁 휴전'을 끌어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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