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광장서 수만 명 모여 "송환법 완전 철회" 요구
낮에는 'G19' 영사관 돌며 '송환법 반대 투쟁 지지' 호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 각국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투쟁을 알리기 위해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이 참여한 시위와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26일 저녁 8시 홍콩 도심인 센트럴 에든버러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는 G20 정상회의를 맞아 송환법 반대의 뜻을 국제적으로 알려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 홍콩 시위를 거론해 중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회 주최 측의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이다.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시위 참여자 32명을 체포했으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회 주최 측은 이날 송환법 철회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대회 선언문을 우선 영어로 읽은 후 한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읽어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하는 뜻을 나타냈다.
수만 명의 집회 참여자들은 "악법을 철회하라", "우리는 직선제를 원한다", "우리에게 자유를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2014년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dpa 통신에 "송환법은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며 "송환법이 통과되면 외국인, 기업인, 홍콩 방문자 등도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중국으로 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집회는 밤 10시 무렵 끝났으며, 일부 시위대는 12일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청 주변에서 밤샘 시위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홍콩 시민 1천500여 명은 이날 낮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중국을 제외한 'G19' 총영사관을 방문해 영어와 해당국 언어로 적힌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 청원서는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 철폐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국제사회가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이어 홍콩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전홍콩반송중(反送中·송환법 반대) 연석회의는 28일 저녁 7시 입법회 주변에서 '연대 G20 민주 홍콩 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송환법 철회와 더불어 중국 중앙정부가 약속했던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이행 등 홍콩의 미래를 위한 정치개혁을 홍콩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 현지에서도 송환법 완전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