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선수권 1R 6언더파 "모든 걸 내려놨더니…"
(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홍준호(37)는 2001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이 됐다.
그러나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하는 데는 9년이 더 걸렸다.
애초부터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그는 주로 레슨 코치로 살았다.
육군에 입대해 수도권 보병사단 경비소대 소총수로 복무하고 제대한 뒤에야 투어 프로에 도전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투어 프로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시드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0년 처음 코리안투어에 발을 디뎠지만 딱 한 번 컷을 통과하는 데 그쳤다. 2013년에 다시 시드전에 합격해 돌아왔지만 이번에도 컷 통과는 한 번뿐이었다. 이듬해에는 출전한 대회에서 모조리 컷 탈락했다.
레슨과 2부 투어 대회 출전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해 시드전에서 공동 5위라는 좋은 성적을 내 코리안투어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여섯번 대회에서 그는 두 번 컷을 통과했고 상금은 고작 810만원을 벌었을 뿐이다.
이런 홍준호는 27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쳤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홍준호는 9개 홀까지는 버디 1개에 보기 1개라는 평범한 스코어였으나 1번 홀부터 9번 홀까지 후반 9개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골라냈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할 때는 순위표 맨 윗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봤다.
홍준호는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선두에 나선 건 처음"이라며 자신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내가 잘 쳐서 그런지 코스가 너무 좋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64타는 홍준호가 코리안투어에서 적어낸 개인 최소타.
2014년 매일유업 오픈 첫날 2언더파 69타를 친 게 지금까지 개인 최소타였다.
"기분이 좋다"는 그는 "전체적으로 샷과 퍼트 모두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홍준호는 "그동안 너무 골프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모든 걸 내려놓은 덕"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겪은 홍준호는 "어지간한 시련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성격이 됐다"면서 "오늘도 전반에는 경기가 썩 잘 풀리지 않았는데 잘 참아냈더니 후반에 기회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기를 "위기가 와도 잘 헤쳐나가는 두둑한 배짱과 언젠가는 잘 될 거라는 긍정 마인드"라는 홍준호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딱 두 번 컷을 통과했는데 올해는 벌써 두 번 컷을 통과했고,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처음 홀인원도 해봤다. 골프가 이제 술술 풀리는 느낌"이라며 밝게 웃었다.
생활비를 대느라 레슨을 계속해야 하는 그는 "연습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퍼트 연습에 그동안 공을 들인 효과가 나온다"면서 "큰 욕심은 없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가정을 꾸린 홍준호는 "올해는 투어 카드를 지키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면서 "소망은 마흔살, 쉰살이 넘어서도 투어 프로로 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