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북미수교 입구에' 역발상 접근 필요…영변 폐기, 북핵시설 60∼70%"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7일 현재의 북미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북한이 대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연합뉴스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19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안을 북한이 들고나와 대화에 임하는 게 상당히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북한이 이미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조사단을 초청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는 등의 과감한 행동을 취하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결단에 상당히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싶다"며 "북한이 선제적 조치를 하고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오면 북미·남북·남북미·남북미중 등의 (대화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데 아직 북한이 그런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고 거듭 말했다.
문 특보는 북미 간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조사를 허용하고, 동창리 시험장을 폐기하는 등의 선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는 취지로도 소개했다.
그는 "(이런 선제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가 미국 정부하고 이야기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며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과, 이를 통해서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해 다시 검토한다면 소위 반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저는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한편에서 "미국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이 "전혀 시그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해제)가 (협상 과정의) 입구에 있을 수 없고, 출구에만 있을 수 있다면 북미 수교나 불가침조약 체결 등을 차라리 입구에 놓고 북한의 비핵화와 교환하는 과감한 역발상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둘 다 하지 않는다고 하면 북측이 일방적으로 항복하고 나오겠느냐"며 "미국도 새로운 것(협상 태도)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특보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개최 행사에서 '유연한 접근'과 대북 안전보장 문제를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북한 비핵화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의미에 대해서도 "(영변에) 핵 관련 시설이 거의 300개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검증가능하게 폐기하겠다는 것은 북한 핵시설의 60∼70%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영변을 4차례 직접 방문했고 2010년에 최초로 영변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직접 본 미국 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주장이라고 문 특보는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정인 특보는 아울러 결렬로 막을 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구체적인 안을 갖고 만나서 대조를 해본 최초의 정상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남북관계 소강상태에 대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민족이익'으로 갈 수도 없지 않느냐. 그렇다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동맹이익에 우리가 '올인'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국가이익의 틀 안에서 과감하게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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