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년 전 뼈 화석 분석 결과…같은시대 살던 동족보다 후손에 더 가까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 인류의 사촌이지만 약 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적어도 8만년 이상 '혈통'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협회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카이 프뤼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12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에 대한 유전체 검사를 통해 밝혀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1937년 독일 홀렌슈타인-슈타델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성인 남성의 대퇴골과 1993년 벨기에 스클라디나 동굴에서 찾아낸 네안데르탈인 소녀의 턱뼈 화석을 분석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들은 약 12만년 전에 살았으며, 유전체 분석이 이뤄진 네안데르탈인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이전까지는 10만년이 넘어가면 DNA가 남아 있지 않아 초기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관계는 미궁 속에 있었다.
연구팀이 이들의 뼈 화석에서 DNA를 검출해 핵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같은 시대에 살았던 '시베리아(알타이) 네안데르탈인'보다는 4만년 전 멸종한 유럽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뼛조각에 대한 앞선 연구결과와도 흐름을 같이하는 것으로 봤다. 이 뼛조각은 약 9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이종교배로 태어난 소녀의 것으로, 약 12만년 전 같은 동굴에 살았던 시베리아 네안데르탈인보다는 유럽 네안데르탈인 후손 쪽에 더 가까웠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유럽 네안데르탈인이 약 12만년~9만년 전에 동쪽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시베리아 지역에서 먼저 살고 있던 알타이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했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대상이 된 네안데르탈인 남성과 소녀의 핵 유전체는 8만년에 걸쳐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홀렌슈타인-슈타델 동굴에서 발굴된 남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유럽 네안데르탈인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부모에게서 모두 받는 핵 유전체와 달리 어머니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것으로, 네안데르탈인 남성은 2017년에 이뤄진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남성의 모계 조상이 네안데르탈인 주류에서 떨어져 나온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한 분파일 수도 있고, 현생 인류와 관련된 더 큰 종족일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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