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반도평화 심포지엄…"탈북자·익명 취재원 경계해야"
北 '악마화' 위험성 경고…"언론도 한반도 평화 기여 책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통신사 언론인들은 27일 취재가 어려운 북한에 대해 보도할 때 특별히 언론의 기본인 사실 확인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 정부나 일부 전문가 시각에만 의존해 북한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악마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AFP, 미국 AP, 일본 교도, 영국 로이터, 중국 신화, 러시아 타스 등 세계 6대 뉴스통신사는 이날 연합뉴스가 '상생·공영의 신(新)한반도체제'를 주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19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서 언론의 북한 보도 행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허위로 밝혀진 일부 한국언론의 '김영철 숙청설' 등 오보를 걸러내려면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애덤 슈렉 AP 아태지역 편집총국장은 "처형 기사가 나오자마자 한국의 경쟁언론들이 그 기사를 바로 재보도했지만 우리는 한국언론, 국회, 국정원이 전에도 틀린 적이 있었다는 조건을 달았다"면서 "교차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그런 맥락을 강조하는 보도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창아이링 신화 아태지역 부사장은 "특히 센세이셔널하고 중요한 뉴스가 나오면 재확인하고 직접 정보를 취득하려고 노력한다"며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 뉴스조직에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일스 휴잇 AFP 아태지역 편집총국장도 북한 관련 루머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늘 하던 대로 저널리즘을 해야 한다"며 "어떤 기사가 익명의 출처에서 나온다면 그 취재원을 신뢰할 수 있는지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탈북자 주장을 사실 확인 없이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슈렉 편집총국장은 "우리는 절대 탈북자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모든 소스와 마찬가지로 탈북자들 역시 교차 확인해야 한다"며 "어떤 스토리가 있다고 먼저 언론사에 접근하는 탈북자가 있다면 당연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무라 가츠야 교도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은 "탈북자가 제공한 북한 내부문서에 북한에서 결코 쓰지 않는 표현들이 있어 '이건 가짜다. 누가 아르바이트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패널로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언론이 북한을 너무 악마화하면 비핵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며 언론이 더 객관적, 중립적으로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서방 언론이 북한을 잘 모르는 일부 미국 전문가에만 의존하는 보도 행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슈렉 편집총국장은 "전문가마다 어젠다(agenda)가 다를 수 있다"며 "너무 한 곳에 의존하지 말고 그들이 월급을 누구로부터 받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뿐 아니라 특정 정부로부터 미움을 받는 나라는 악마화될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북한에 지국이 있어서 북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거기서 맥주를 마시는 기자들이 있으면 악마화가 어렵다. 교류가 악마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무라 논설위원은 북한 관련 오보가 가장 많은 게 일본언론이라는 문 특보 지적에 "이런 보도가 나오면 북한체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정치적인 판단에서 정보를 일부러 흘리는 세력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을 46번 방문했다는 이와무라 논설위원은 "북한 사람들은 칭찬이나 아부할 필요 없으니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써달라고 항상 이야기한다"며 "북한도 원칙을 지키고 일관된 보도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성의있게 대응한다"고 밝혔다.
키릴 아가포노프 타스 수석 부국장은 "언론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일상에 대한 뉴스가 더 필요하고 그게 남북한은 물론 우리(외신이) 대표하는 국가와도 신뢰를 구축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북한 취재·보도를 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하나 같이 접근성을 꼽았다. 북한에서는 당국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일반인을 인터뷰할 때도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정부 브리핑에 외신 참석을 제한하고 자의적으로 보도 엠바고를 설정하는 등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케빈 크로릭키 로이터 아시아지역 편집총국장은 "누가 접근할 수 있느냐가 자의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외국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정확한 보도가 글로벌 통신사로부터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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