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청구 재판, 사건 당시 고문 여부 두고 공방
당시 경찰관 2명 "심부름만 했을 뿐", "조사 참여 안 해" 부인
고문에 의한 자백 주장 재심 청구인 "안 당한 걸 묘사하겠나"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53세밖에 안 됐는데 치매가 왔느냐?"(재심 청구인)
"저한테 왜 그런(고문 여부를 묻는) 질문을 합니까?"(고문 혐의 경찰관)
28년 전 부산 낙동강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 2명의 재심청구 재판에서 전·현직 경찰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 여부를 두고 변호인 측과 공방을 벌였다.
27일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인철(58), 장동익(61) 씨의 재심청구 2차 공판에서 1991년 부산 사하경찰서 강력팀에 근무했던 경찰관 2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재심 청구인 측이 고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고 지목한 경찰관 5명 중 일부였다.
현직 경찰인 A 씨는 최 씨와 장 씨를 검거한 사실을 기억하면서도 "졸병이라서 선임이 시키는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며 "고문에 가담하거나 관련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퇴직 경찰인 B 씨 역시 "28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할 수 있느냐"며 "사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B 씨는 최 씨가 고문 당시를 떠올려 그린 그림에 대해 "38년간 경찰을 했지만, 고문을 전혀 하지 않았고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B 씨는 최 씨와 장 씨를 비롯해 사건 관련자를 수차례 직접 조사하고 살인사건 현장검증에 직접 대역으로 참여했는데도 사건을 모른다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변호인 말에도 "다른 조원 사건이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B 씨는 "경찰 고문에 범인이 조작됐다는 과거사위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경찰이 고문했다고 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나중에 항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와 장 씨는 계속되는 전·현직 경찰관의 부인에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장 씨는 A 씨에게 "53세밖에 안 됐는데 치매가 왔느냐"며 "고문을 당하지 않은 것을 당한 것처럼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하겠나"고 답답해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전직 경찰관 3명에게 다시 소환요청서를 보내고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 구인 등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7월 18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 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 씨와 장 씨는 경찰에 살인 용의자로 검거돼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 때부터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28년 만에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최 씨와 장 씨는 1991년 사하경찰서 경찰관에게 물고문과 폭행을 당해 강도살인 혐의를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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