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배당·자사주 매입 허가"…크레디트스위스엔 개선 권고
은행·투자자 환호…일각에선 '자유방임식 금융규제' 우려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에서 영업하는 대형은행들이 극심한 금융위기를 가정하고 살아남을지를 따지는 중앙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일제히 통과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산 규모 2천500억 달러 이상의 대형은행 18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은행들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준은 지난 22일 1차 평가 발표 때에도 대형은행들이 모두 금융위기에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이번 2차 평가 결과에서 연준은 이들 대형은행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다른 수단으로 자산을 나눠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은 "이들 은행과 미국의 금융체계가 평시와 압력을 받을 때 모두 강인하다는 점이 이번 결과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퀄스 부의장은 "대형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고 자본운용 계획을 확고하게 시행하는 데에도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은 크레디트스위스의 미국 지사에는 리스크 관리에 제한적 결함이 있다며 이를 오는 10월 말까지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지사는 문제 개선 때까지 투자자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자본에 상한이 가해졌으나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았다.
돈세탁 등의 의혹에 휘말려 미국 검찰과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도이체방크 미국 지사도 검사를 통과했다.
연준은 도이체방크가 자본운용을 더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문제를 수정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며 합격을 통보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은행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도입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에 근거해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연준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평가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극심한 경기 하강기와 돌발적인 충격이 닥칠 때를 가정해 은행들의 재무상태 변화를 점검한다.
이 평가의 목적은 대형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파산에 직면해 공적자금을 달라고 납세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의 대상은 작년 35개에서 올해 18개로 크게 줄었다.
법 개정을 통해 평가대상 은행들의 자산 규모가 500억 달러에서 2천500억 달러로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매년 진행해온 평가를 2년에 한 번씩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의 이번 평가에 따라 이익을 크게 배당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환영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으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은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 1천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번 결과가 대형은행과 투자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연방 규제기관들이 금융감독을 할 때 자유방임식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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