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탐사보도 요즘] 시각화의 중요성

입력 2019-06-30 15:30  

[미국 탐사보도 요즘] 시각화의 중요성
알베르토 카이로 마이애미大 석좌교수 간담회

(마이애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기자 = "글자로만 보도할 수는 있지만 더이상 파워풀하지는 않을 것"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大) 강의실에서 한국 기자 7명과 만난 이 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의 알베르토 카이로(Alberto Cairo) 교수는 언론의 미래에 '시각화'(visualization)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 출신이며 언론계 실무경력자인 카이로 교수는 데이터를 지도나 그래프 등으로 표현하는 시각화와 인포그래픽 부문에서 전문영역을 구축해 왔다. 그는 비영리 언론재단인 나이트재단의 후원을 받아 마이애미대 나이트 석좌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데이터 시각화를 다룬 그의 저서 『더 펑셔널 아트』(The Functional Art)는 2013년에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됐다.




카이로 교수는 "시각화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문 업계가 죽지는 않겠지만 간신히 생존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연간 47회 발행되는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처럼 글 자체에만 집중한 매체라면 피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뉴욕타임스 같은 일간 종합지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2013년에 미국 각 지역의 방언 분포를 지도에 나타내 시각화한 기사가 그 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카이로 교수는 한국 언론이 시각화 보도보다 글 기사 중심의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는 한국 기자들의 얘기를 듣고는 "그게 바로 내가 스페인에서 20년 전에 처음 언론 경력을 쌓기 시작할 때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도 그래픽이나 지도 등이 글의 부수적 수단이었다"며 "문제는 상당히 많은 경우 글이 중요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총기 사건이 어디서 많이 일어나는지는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지도나 그래프로 패턴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카이로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디자이너와 기자를 대등한 위치에 두고 함께 일하면서 글과 이미지 중 어떤 쪽에 중점을 둘지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게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프로퍼블리카 등에서도 일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직접 데이터를 모아서 기사와 함께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면대개 디자이너는 기사 내용을 보지도 않고 시각화하는데, 그렇게 해서 나오는 기사는 이질감이 있고 기사의 흐름이 약해진다"며, 처음부터 양자가 함께 작업해서 글과 데이터의 융합이 자연스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화에 치중해 언론 보도와 단순 정보제공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카이로 교수는 "데이터에 언론으로서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를 어떻게 '인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대부분 데이터는 대중에 공개된 정보이며, 기자는 이런 데이터를 모아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분석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이로 교수는 "미국에는 글쓰기와 시각화 기술을 겸비한 기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스페인과 브라질에서는 기자와 시각디자이너가 확연히 구분돼 있는데, 내 의견엔 이런 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오픈소스이고 무료인 데다 코딩 기술 없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기자들이 시각화 기법을 스스로 익히도록 권했다.
카이로 교수는 시각화와 함께 언론사가 집중해야 할 분야로 모바일을 꼽으션서 특히 시각화 기사는 무조건 모바일 환경을 1순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oh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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