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거리 악사→공연기획자…이준희 버스커즈팩토리 대표

입력 2019-06-30 11:01  

[U~스타트업] 거리 악사→공연기획자…이준희 버스커즈팩토리 대표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버스킹을 직접 하면서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게 됐어요. '부족한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버스커들을 도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게 됐어요."
전북대 기계시스템공학과 3학년 재학 중 회사를 만들어 벌써 5년이 지난 이준희(30) 버스커즈팩토리 대표는 창업 동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 대표의 창업 아이템인 버스킹(거리 공연·Busking)은 얼마 전만 해도 전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문화였다.
주말 저녁 학생 몇몇이 대학로에 모여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값비싼 음향장비나 악기 등은 보기 어려웠고, 무반주 또는 마이크 없이 이른바 '생목'으로 노래를 부르는 버스커도 있었다.
지금처럼 전주 한옥마을과 전북대 구정문 등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버스킹이 펼쳐질 줄은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대학 밴드인 '싱건지'에서 보컬과 기타로 활동한 이 대표는 생경한 버스킹 문화를 전주에 퍼뜨린 이들 중 하나다.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거리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버스킹을 했다.
신나게 노래할 때는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맛봤지만, 공연이 끝날 때마다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버스킹을 같이 즐기는 아티스트가 더 많으면 신날 텐데', '내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들어주면 좋겠는데' 이런 아쉬움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와 동시에 버스킹을 하고 싶은 이들은 많지만, 고가의 장비나 공연 장소를 구하지 못해 공연을 접는 청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민하던 이 대표는 대학의 지원을 받아 2014년 '버스커즈 팩토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대학에서 사무 공간을 지원받아 버스킹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냈다.
특별히 창업비용은 없었다.
이 대표가 꾸준히 거리 공연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얻은 이익으로 음향장비 등 공연 설비를 갖춰놓은 상태였다.
회사는 버스킹을 하고 싶은 아티스트에게 연습 공간과 장비를 빌려주고 공연 장소를 섭외하는 번거로움을 대신하는 걸 목표로 했다.
팀을 구하지 못한 아티스트는 장르에 맞는 팀원과 연결해주는 일도 맡았다.
직접 버스킹을 해보고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 넣은 이 대표의 사업 전략은 주효했다.
거리 공연을 하고 싶어도 여건상 포기했던 지역 아티스트들이 이 대표 주위로 모여들었다.
전주 도심에서 버스커들의 다양한 공연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끼 많은 아티스트들은 버스커즈 팩토리의 지원을 받아 전주 한옥마을과 걷고싶은거리, 첫마중길, 대학로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 10만∼20만원가량의 스피커 등 비교적 저가의 장비를 빌려주며 거둔 수익금을 모아 수백만원 상당의 음향장비와 공연 물품을 사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버스킹이 활성화되자, 크고 작은 문제도 생겼다.
'거리 공연 때문에 시끄럽다'는 소음이 가장 큰 민원이었다.
전국 버스커들이 몰리는 한옥마을 일대 주민과 상인의 민원이 빗발치자, 전주시는 고심 끝에 버스킹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 대표는 여기서도 좌절하지 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공연이 시끄러우면 아예 소리를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버스커의 노래와 연주, 디제잉을 라디오 주파수 방식으로 연동해 관객에게 무선 헤드폰으로만 송출하는 '조용조용 콘텐츠' 일명 '조콘'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모은 수익금을 투자해 산 무선 헤드폰을 관객에게 빌려줬다. 관객 일부는 개인적으로 소지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연에 참여했다.
거리에서 3시간 넘게 진행된 클럽파티에서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조콘은 성공적이었다. 관객의 호응도 높았다.



창업 5년이 지난 현재.
버스커들은 여전히 버스커즈 팩토리 덕에 적은 비용으로 연습하고 공연하는 혜택을 보고 있다.
버스커즈 팩토리는 창업비용을 들이지 않고 버스커를 지원하며 모은 수익으로 모두 4천만원 상당의 전문가급 장비와 사무실·연습 공간을 갖춘 어엿한 공연기획 회사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버스커에게 팀 결성과 연습실·장비 지원, 장소 섭외 등을 지원하고 지자체나 민간기업에서 의뢰하는 행사 기획과 연출에 참여해 수익을 거둔다
수익은 지원하는 거리 공연이나 행사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월평균 1천만원의 매출을 거둔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의 버스커가 관객과 소통하는 홈페이지 개발에도 착수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얻어낸 지자체의 행사 기획에서 나온 수익 대부분을 재투자했다.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인 홈페이지에는 벌써 500여명의 아티스트와 단체가 등록해 소규모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홈페이지 작업이 마무리되면 전주뿐 아니라, 전북의 모든 지자체 번화가에서 버스커들이 만나서 공연하고 어울리는 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했다.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해 어느새 수백명의 버스커와 공연을 원하는 지자체, 민간기업을 고객으로 둔 이 대표는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한 가지 조언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청년들에게 취업 대신 무작정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신 자기가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반드시 창업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수중에 한 푼도 없이 시작했지만,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또 거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니까 만족하고 있어요. 취업이 어려우니까 창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들에게 창업을 권하고 싶어요."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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